K리그 신인상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해 신인왕 포항 이명주가 마지막이다. 신인상 대신 영 플레이어상이 신설된다. 스포츠동아DB
누군가 물었다. “2012년 K리그 신인선수상은 누가 받았습니까?” 가만, 누구더라. 가물가물. K리그 시상식이 작년 12월 3일에 열렸으니 정확히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 희미해지는 기억력 탓으로 돌리기엔 너무 궁색하다. 이름을 확인하고서야 무릎을 쳤다. 포항 스틸러스 이명주(23)다.
신인상 받을 기회는 생애 단 한번 뿐이다. 해당 연도 프로에 입단한 선수에게만 자격을 준다. K리그 역대 신인상 수상자는 총 28명. 프로축구가 출범한 첫해인 1983년과 1984년에는 신인상이 없었다. 1985년 이흥실(포철)이 첫 영광을 안았다. 이후 김주성(대우) 황보관(유공) 신태용(일화) 최용수(LG) 이동국(포항) 송종국(부산) 박주영(서울) 등이 영광의 출발선에 섰고, K리그를 대표하는 대형 스타로 발돋움했다.
신인상을 받으면 프리미엄이 붙는다.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인 가운데 각종 수당을 챙길 수 있다. 언론에서도 언제나 신인상 출신을 이름 앞에 붙여준다. 다음 시즌 주전경쟁도 유리해진다.
프로연맹은 지난 주 이사회를 열고 신인상을 없애는 대신 ‘영 플레이어상’을 신설했다. 규정에 따르면 수상 자격은 대한민국 국적(북한국적 및 해외동포 포함)인 만 23세 이하 선수로, 국내외 프로리그 출전 햇수가 3년 이내면 가능하다.
신인상은 왜 사라졌을까.
신인상은 감독상, 최우수선수상(MVP)과 함께 기자단 투표로 선정된다. 기자들은 연말에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투표를 앞둔 기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누구를 뽑아야할까. 도드라진 선수가 없다. ‘최선’을 뽑는 게 아니라 ‘차선’으로 누굴 택할지 머리를 싸맨다. 프로연맹 관계자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도 다반사다. 신인상 투표의 불편한 진실이다.
굵직한 신인은 왜 나오지 않는 걸까.
영 플레이어상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신인상 자격의 범위를 넓힘에 따라 더 많은 선수들이 목표 의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프로 입단 첫 해 낯선 환경에서 기량을 펼치지 못하더라도 1∼2년 프로 경험을 쌓으면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관문을 통과하기 더 어렵게 됐지만 권위는 더 높아진다. 수상자는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구단은 새로운 스타를 발굴할 수 있다. 스타가 있어야 팬들이 몰린다. 리그가 활성화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제도 개선에는 긴 안목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영 플레이어상 신설은 긍정적이다. 영 플레이어상이 스타의 산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포츠 2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