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진구 자양동 ‘양꼬치 거리’
영화 ‘아저씨’와 ‘심장이 뛴다’를 촬영한 서울 광진구 자양동 ‘신차이나타운’. 골목 650m에 중국 현지와 비슷한 맛을 내는 음식점 50곳이 들어서 있다. 광진구 제공
“소미 살아 있어. 우리은행 가산역 지점에서 어제 현금 인출했더라고.”
영화 ‘아저씨’(2010년)에서 주인공 차태식(원빈 분)은 형사에게서 이 말을 들은 뒤 옆집 여자아이 정소미(김새론 분)를 찾으러 어디론가 달려간다. 그가 찾은 곳은 서울 가리봉동 차이나타운. 빨간 바탕에 하얀 중국어로 된 ‘중국식 간판’이 즐비한 곳이다. 차태식은 이 이국적인 거리를 돌며 소미를 찾으려 애를 태운다.
서울 차이나타운하면 가리봉동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영화 속 설정도 가리봉동으로 돼 있다. 하지만 ‘아저씨’에서 실제 이 장면을 촬영한 곳은 ‘양꼬치 거리’로도 불리는 광진구 자양동의 ‘신차이나타운’. 이곳엔 중국 현지와 같은 음식을 파는 가게 50곳이 골목 650m에 걸쳐 늘어서 있다. 2011년 개봉한 박해일, 김윤진 주연의 영화 ‘심장이 뛴다’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남자 주인공이 사는 옥탑방이 이 골목에 있었다.
‘아저씨’의 김성우 프로듀서는 “골목이 길게 이어져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깊이 있게 담아낼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라며 “처음 장소를 찾았을 때만 해도 양꼬치 가게가 많지 않았는데 5개월 뒤 촬영하러 갔을 때 가게가 여러 개 더 생겨 한층 더 이국적인 분위기를 담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이 골목에 중국 음식점이 들어서기 시작한 건 불과 10년 전부터였다. 인근 성수동 일대 공장에서 일하던 중국인·중국동포 노동자들이 월세가 저렴하면서도 교통이 좋은 자양동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을 상대로 한 양꼬치 가게 1, 2곳이 2001년 골목에 문을 열었다. 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중국 음식점이 50곳으로 늘었다.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이 우범지대로 슬럼화되면서 그곳의 음식점 주인들이 이 골목으로 가게를 옮긴 경우가 많다. 이후 인근 건국대, 한양대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까지 몰려들면서 이 골목은 차이나타운이라는 이름까지 갖게 됐다. 현재 이 골목이 있는 자양4동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중국동포만 3500여 명에 달한다.
광진구 관계자는 “이 골목은 중국인은 물론이고 중국 현지식을 맛보려는 한국인들도 즐겨 찾는 신차이나타운이자 ‘다문화 골목’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