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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의 빅테인먼트 시대

입력 | 2013-04-03 03:00:00

야구(Baseball)와 정보통신기술(ICT)이 만나 재미(Entertainment) 듬뿍




3월 30일 막을 올린 2013 프로야구가 정보통신기술(ICT)을 만나 팬들을 부르고 있다. LTE를 활용한 맞춤형 중계 서비스가 확산되는가 하면 정교한 실사형 야구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SK텔레콤의 LTE 전용 프로야구 중계서비스 ‘T베이스볼’, 넷마블의 야구게임 ‘마구더리얼’, 넥슨의 온라인 야구게임 ‘프로야구2K’. 동아일보DB

“딩동! LG 트윈스 정성훈 선수가 역전 만루홈런을 쳤습니다. 방송을 보시겠습니까?”

경쾌한 알림 소리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켜 호쾌한 홈런 장면을 띄운다. 연인과의 봄나들이를 위해 주말 프로야구 관람을 포기한 직장인 김훈민 씨(29)는 이 앱 덕분에 하이라이트를 놓치지 않았다.

그가 깔아놓은 앱은 SK텔레콤의 ‘T베이스볼’.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가 응원팀을 정하면 해당 팀의 경기 내용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설정하기에 따라 하이라이트 동영상, 득점 상황, 홈런, 투수 교체 관련 정보까지 보내주기 때문에 야구팬들에게 인기 있다.

올해 750만 관중을 바라보는 프로야구는 이처럼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해 재미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인먼트(BICTainment)’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빅테인먼트란 베이스볼(Baseball)과 ICT,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합성한 신조어다.

이석채 KT 회장이 올해 초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을 승인받은 뒤 “야구와 ICT를 융합해 새로운 문화적 즐거움을 전달하겠다”고 말하며 이 용어를 처음 썼다. 이제는 ‘ICT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인 야구 콘텐츠’란 의미로 자리 잡았다.

○ LTE 방송의 중심은 프로야구

ICT 기업들은 프로야구판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KT 외에 게임회사 엔씨소프트가 창단한 NC 다이노스가 올해부터 9구단으로 뛴다. 기존 삼성, LG, SK까지 합치면 전 구단의 절반이 직간접으로 ICT와 관련된 셈이다.

이들이 프로야구 콘텐츠를 활용해 벌일 빅테인먼트 전쟁은 그라운드 안의 열기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3사의 빅테인먼트 경쟁은 LTE 가입자 2000만 명 시대와 맞물려 프로야구 모바일중계로 모아졌다. SK텔레콤의 T베이스볼과 KT의 모바일 TV ‘올레TV’(편파중계)는 실황중계는 물론이고 가입자가 원하는 콘텐츠만 골라 볼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다. 중계를 즐기면서 각종 야구 데이터를 찾아보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친구들과 응원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LG유플러스도 최근 모바일 인터넷TV(IPTV) 서비스인 ‘U+ HDTV’에서 프로야구 전 경기 중계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 고화질 방송이 가능한 LTE 서비스를 내놓고도 제대로 된 콘텐츠가 부족해 고민해온 이동통신업계는 빅테인먼트를 통해 전기를 맞게 됐다.

○ 게임·야구장에도 빅테인먼트


게임업계는 일찌감치 빅테인먼트의 가치에 주목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모습을 게임 속에 그대로 재현해 진짜 경기에 나선 선수나 감독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실사(實寫)형 게임이 온라인, 모바일, 콘솔 등 플랫폼에 관계없이 주류로 등장했다. ‘보는 야구’에 만족하지 못하는 야구팬들을 소비자로 끌어들인 것이다.

‘마구더리얼’ ‘프로야구2K’ ‘마구마구’ ‘MVP베이스볼온라인’ ‘슬러거’ 등 인기 있는 프로야구 게임만 해도 50종이 넘는다. 정교한 게임은 각각의 캐릭터에 수천 개의 동작데이터를 붙여야 할 정도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게임회사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빅테인먼트는 야구장 풍경도 바꾸고 있다. 무선 인터넷인 와이파이 등 ICT 인프라를 확충한 덕에 그라운드와 스마트폰을 번갈아 보며 경기를 120% 즐기려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수원구장을 리모델링하고 있는 KT는 티켓 발매와 자리 배치는 물론이고 경기 관련 정보 등을 스마트폰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야구장을 ‘ICT 실험실’로 활용해 보겠다는 뜻이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장은 “빅테인먼트는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와 수만 관중이 모두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빅데이터 콘텐츠”라며 “ICT는 기존 프로야구에 스토리를 더해 부가가치를 창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