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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 사관학교 SBI “청년실업 무풍지대”

입력 | 2013-04-03 03:00:00

100%취업… 입학경쟁률 7대1 넘어
탁월한 실무능력 인적 네트워크 탄탄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국출판인회의 강의실에 모인 서울북인스티튜트(SBI) 졸업생들. 9남매 막내딸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출판계가 어렵다고 하지만, 책을 만드는 것만큼 젊은이가 도전할 만한 매력적인 직업이 있을까요?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장 창조적이고 지성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이잖아요.”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국출판인회의 강당에서 열린 제8회 서울북인스티튜트(SBI) 졸업식장에서 만난 현의영 씨(26·여)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6개월 과정의 출판인 예비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출판사 동녘에 편집자로 취업하게 됐기 때문이다.

SBI는 출판인회의가 2005년에 개원한 출판인 예비학교. 수강료가 전액 무료인 데다 졸업 후 취직률 100%를 자랑하는 ‘청년실업 무풍지대’다. 입학 경쟁률이 7 대 1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SBI 편집자반에서 강의하고 있는 김장환 청어람미디어 주간은 “입학시험에는 명문대 졸업생도 우수수 떨어지는가 하면 재수 삼수를 거쳐서 들어오는 지원자도 많다”고 말했다. 현재 SBI를 졸업한 600여 명이 출판 편집자와 디자이너,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고 1기 졸업생들은 각사 팀장급으로 일하고 있어 SBI는 ‘출판계의 사관학교’로 불린다.

출판사 휴머니스트의 경우 직원 32명 중 9명이 SBI 출신이다. 이처럼 출판사들이 SBI 졸업생을 선호하는 이유는 철저한 실무중심 교육과정 때문. 학생들은 이론 교육뿐 아니라 출판사에 들어온 초고 원고를 함께 분석하고, 기획안을 짜고, 교정과 편집, 본문과 표지 디자인까지 하며 실제로 책을 만들고 마케팅 계획서까지 짜보기도 한다.

SBI 졸업생들에게 가장 큰 자산은 졸업생 네트워크다. 1∼3기 졸업생의 경우 2007∼2011년 매달 한 차례씩 저작권, 디지털 환경론, 번역론 등 소주제를 정해 꾸준히 공부하는 ‘성장하는 편집자들의 모임’을 가져왔다. 1기 졸업생인 박태근 알라딘 인문사회MD(마케팅디렉터)는 “처음부터 출판에 뜻을 둔 졸업생이 많아 이직률이 매우 낮다”며 “개별 출판사를 넘어 소통할 수 있는 젊은 편집자들의 네트워크가 서로 간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학원 SBI 원장은 “기존엔 출판사들이 대졸 신입사원을 뽑으면 1, 2년간 실무를 가르쳐야 하는 탓에 경력사원을 뽑으려는 경향이 강했다”며 “SBI가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졸업생들을 배출하면서부터 출판계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젊은 편집자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