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고료 50만원… 시인이란 가장 非자본 논리로 사는 사람”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누군가는 시에 인생을 건다. 작품성뿐만 아니라 미모로도 시단에서 유명한 시인 3명이 시와 시단에 대해 솔직하고 유쾌한 얘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오주리, 주하림, 이혜미 시인.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문학의오늘 제공
시인으로 살기 어려운 시대다. 재판 찍는 시집이 드물고, 고료를 안 주는 문예지도 많다. 시만 써서는 1년에 100만 원 벌기도 힘든 현실이다. 주 시인은 “자본주의 시대에서 가장 비자본적인 논리로 살아간다”고 했다.
시인들의 삶이 궁금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동교동에서 이혜미 주하림 오주리 시인을 만났다. 이 시인은 200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주 시인은 2009년 창작과비평 신인상, 오 시인은 2010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이들은 등단도 어렵지만, 첫 시집을 내기도 만만치 않았다고 고백한다.
주 시인은 지난달 첫 시집 ‘비벌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창비)을 펴냈다. 출판 뒤 처음 든 생각은 “방이 많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시집을 내면 지인들에게 책을 돌리기 위해 보통 100, 200권 사서 쌓아두기 때문.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 혼자 보던 시를 사람들에게 보이는 거니 걱정이 앞섰죠.”
그래도 첫 시집은 각별하다. 주 시인은 한 대형 서점에 갔다가 이성복과 기형도 시인의 책 사이에 자신의 시집이 전시돼 있는 것을 봤다. “‘우성복, 좌형도’라니 정말 감동했어요. 제가 동경하는 분들을 거느리다니. 하하.”
2011년 첫 시집 ‘보라의 바깥’(창비)을 펴낸 이 시인은 어땠을까. “왜 엄마가 애 낳고 나서 제일 먼저 손가락, 발가락 확인하잖아요. 저는 시집 나오자마자 오탈자부터 살폈어요. 호호. 문예지에 발표하면 시가 사라져버린다는 느낌이었는데 시집은 그렇지 않아 좋았죠.”
소설과 달리 시집은 보통 여러 작가를 소개하는 시인선(詩人選)의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출간된다. 고정된 디자인 틀이 있어 본인만의 개성을 갖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젊은 시인들은 책날개에 들어가는 시인 사진에 신경을 쓴다.
덥수룩한 머리와 꾀죄죄한 얼굴, 심지어 담배나 술잔을 들고 찍던 일부 선배들과 달리 이들의 프로필 사진은 아이돌 그룹이나 모델 같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아이돌’ ‘여신’이란 호칭도 붙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외형만 보면 불편해요. 시랑, 시인이랑 동일시하는 것도 우매한 일이죠. ‘시도 야하게 쓰는데 옷도 야하게 입네’란 말을 들으면 그냥 ‘바보구나’ 하고 넘겨요.”(주 시인) “조그만 문단에서 예쁘냐, 아니냐 얘기하는 것 자체가 웃긴 것 같아요.”(이 시인)
창작의 고통과 생활의 빈곤을 함께 짊어져야 하는 시인의 삶. 이들은 언제까지 인내할 수 있을까.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