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의 목적은 인간… 처벌이 목적 아니다” 노이만 세계법철학회장 한양대 특강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은 2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서울캠퍼스 제3법학관에서 울프리트 노이만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법대 교수(66·사진)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했다. 노이만 교수는 세계법철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올해 초 별세한 미국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 뉴욕대 교수와 함께 법철학계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아왔다.

강연 주제는 ‘형법상 법익 논의의 현안적 문제’였다. ‘형법상 법익’은 형법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 가령 살인죄는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법익이 된다. 형법은 이 기준을 근거로 개별 범죄를 처벌한다.

노이만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형법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인간이다”라는 ‘인격적 법익론’을 주장했다. 어떤 범죄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처벌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그 범죄를 처벌함으로써 보호하려는 이익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는 “법익은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며 “법이 개정됐다면 과거 법에 따라 처벌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법익의 변화’와 ‘법의 소급적용’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내린 위헌결정과도 관련이 있다. 노이만 교수는 “위헌 판결이 났다면 당시 처벌받은 피해자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강연을 들은 한 참석자는 “동물 보호에 관한 문제에서 ‘인격적 법익론’은 동물을 학대하는 범죄자의 처벌 앞에서 무력해 보인다. 형법의 목적이 ‘인간’이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노이만 교수는 “‘인격적 법익론’이 범죄자의 처벌에 대한 논증적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 학대의 경우 인격적 법익론의 개념을 확장해서 적용하는 것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양대 강연을 마친 노이만 교수는 7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외국어대와 한국 법철학회에서 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수연·곽도영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