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산업이 원동력” “문경 오미자가 모범” “의료기기가 주인공”
3월 18일 취임한 이일수 기상청장은 취임사에서 “기상기후산업이 창조경제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2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한 농림축산식품부는 “경북 문경의 오미자산업이 창조경제의 모범”이라고 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그 전날 “의료기기가 미래 창조산업”이라고 정의했다.
박근혜 정부가 중점 국정과제로 ‘창조경제’를 내세웠지만 각 부처와 공공기관들이 이를 제각각으로 해석하면서 끼워맞추기식 정책을 내놓는 바람에 국민들의 혼란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창조경제에 대한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 관련 정책으로 연결되면 정부의 효율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창조경제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콘텐츠, 관광산업 등 서비스업 육성정책을 마련하는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제조업 등 기존 전통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ICT와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성과물을 융합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중소기업청 등은 벤처기업 창업 지원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각 부처가 기존의 업무를 고수하면서 창조경제라는 이름만 빌리는 셈이다.
‘창조경제에 줄서기’도 만연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2월 중순 이후 창조경제를 다룬 포럼을 세 차례나 열고 보고서도 발행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조직개편을 하면서 창조경제연구실을 신설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매출과 환경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며 “창조경제에 대한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다 보니 어느 장단에 맞춰 투자와 연구개발 계획을 세워야 할지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선 공공기관이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관별로 엉뚱하게 국정과제를 해석하면서 서로 다른 방향의 정책을 펴면 효과도 적을뿐더러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민화 KAIST 초빙교수는 “국정 운영 과정에서 (핵심 국정과제의) 개념이 잘 안 잡혀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빨리 창조경제의 총론에 대한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창조경제가 아전인수식으로 해석되는 것은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창조경제에 대해 “구체성이 낮은 추상적인 선언에 그친다” “융합연구에 대한 과도한 환상에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