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플랍의 창업자 마샤 킬고어 씨는 에너지가 넘친다. 그는 “발이 편해야 하루가 행복하다”며 “한국 여성들도 편안한 신발을 신으며 자유롭게 에너지를 분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진환기자 jean@donga.com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달 21일 ‘핏플랍’의 창업자 마샤 킬고어 씨(43)가 웃으며 말했다. 핏플랍은 ‘걸을 때 다리근육에 자극을 줘 다리 모양이 아름다워진다’는 개념의 신발 브랜드로 킬고어 씨가 2007년 만든 브랜드다. 얇은 블랙 셔츠에 레드 슈즈를 신은 킬고어 씨는 마흔이 넘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 ‘동안(童顔)’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킬고어 씨는 글로벌 뷰티업계의 건강 아이콘으로 통한다. 미국 뉴욕에서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을 시작해 뉴욕의 고급 스파 ‘블리스’를 만들고 이어 스파 화장품 ‘블리스’를 론칭해 글로벌 브랜드로 키웠다. 이후 1999년 블리스의 지분 70%를 프랑스의 LVMH사에 판 뒤 영국에서 화장품 ‘소프 앤드 글로리’를 창업해 또다시 히트 브랜드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소프 앤드 글로리’가 예상 밖으로 크게 성공해 쉴 시간이 없었어요. 일과 육아에 시간을 쏟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는 게 너무 힘들었죠. 그래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걷는 것만으로 운동 효과를 높여줄 수 있는 신발은 없을까?’”
언제나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들어 온 킬고어 씨는 이번에도 직접 나서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생체역학을 연구하는 교수진을 일단 찾아 다녔다. 우연히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대의 석좌교수이자 생체역학자 데이비드 쿡 교수를 만났다. 킬고어 씨는 “1000파운드를 들여 한 켤레를 시제품으로 만들기로 했는데 못생기고 커다란 검정 덩어리가 와서 깜짝 놀랐다”며 “좋은 기능에 디자인을 입히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2년 동안 연구 끝에 숨겨져 있는 중간 솔(미드솔)인 ‘마이크로워블보드’를 개발했다. 발 건강의 최적의 높이인 4cm의 특수 미드솔로 오랫동안 걸어도 맨발로 걷는 듯한 편안함을 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07년 론칭 후 핏플랍은 세계 54개국에 곧바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올해 1월까지 1800만 켤레가 팔렸다. 2009년 국내에 들어온 핏플랍은 지난해 3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좋건 나쁘건 모든 경험이 새로운 도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고교 졸업 직후 300달러를 들고 고향인 캐나다를 떠나 미국 뉴욕 맨해튼에 ‘상경’했다. 컬럼비아대 학부에 붙었지만 장학금 플랜에 문제가 생겨 결국 돈 때문에 등록하지 못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보디빌더 훈련을 받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곧바로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했다. 킬고어 씨는 “퍼스널 트레이너라는 개념이 없을 때였는데 피트니스클럽에서 일하다가 손님들을 도와주고, 내 운동 노하우를 알려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직업을 갖게 됐다”고 회상했다.
“퍼스널 트레이너를 하다 셀러브리티들과 알게 됐고, 그녀들과 뷰티 노하우를 나누다가 블리스를 창업하게 됐어요. LVMH와 일하다 보니 블리스의 가격대가 높아졌고, 모두를 위한 뷰티 제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에 영국에서 ‘소프 앤드 글로리’를 창업한 거죠. 그리고 지금의 핏플랍까지,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도전하다 보니 모든 경험이 다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