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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호텔 안이 다 보여” 해운대 현대아이파크 주민들 손배소

입력 | 2013-04-04 03:00:00

“6성급 파크하얏트 호텔이 아파트 주민 사생활 침해”
유리창에 ‘섹스 금지’ 플래카드도




“아파트에서 호텔 안이 훤히 다 보입니다.” 2월 18일 문을 연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에 들어선 6성급 특급호텔인 지상 38층의 ‘파크 하얏트 부산’이 맞은편 지상 66층 초고층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입주민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두 고층 건물은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했다.

3일 현대아이파크 입주민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입주민 13명은 최근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다른 입주민 수십 명도 같은 소송을 준비 중이다. 주민들은 “파크 하얏트 부산은 현대산업개발이 2010년 현대아이파크를 분양할 때와 다르게 지어져 아파트의 조망권이 없어진 데다 통유리 외벽인 두 건물이 20m안팎으로 가까워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등 사생활 침해를 당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조망권이 반영된 분양가를 돌려주거나 계약을 아예 무효화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대아이파크 T1동 36층에 거주하는 김모 씨(49)가 야간에 거실에서 일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에는 호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객실 침대도 그대로 노출됐다. 또 지상 75층인 T2동 40층에 거주하는 이모 씨(53)가 안방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는 레스토랑 내부가 바로 앞에 있는것처럼 보였다.

이 때문에 입주민들은 거실 창문에 사생활 침해를 호소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뭘 쳐다봐’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붙인 이 씨는 “호텔 손님들이 자꾸 쳐다봐서 옷도 제대로 갈아입을 수 없는 실정이다. 시공사가 내부가 보이지 않는 특수 필름 코팅이라도 해줘야 한다”고 말다. 김 씨는 원색적인 ‘섹스 금지’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비키니 차림의 마네킹 2개를 창가에 설치해 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호텔 관계자는 “아파트 쪽을 향한 객실 등에 블라인드를 설치하고 고객이 체크인할 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현대아이파크 주민과 시공사가 최대한 빨리 합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