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전기 냉장고에 보관하듯” 첨단 ESS 스위스에 첫 수출
3월 20일 대전 유성구 문지동 LG화학 대전기술연구원에서 ESS 프로젝트팀원들이 ESS 배터리의 충전·방전실험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민 차장, 김윤정 대리, 신진규 부장. LG화학 제공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전력저장장치(ESS) 프로젝트팀의 박정민 차장(37)에게 지난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취리히 인근 한 작은 마을의 컨테이너 속에서 그와 동료들은 ‘달콤한 봄’이 오길 애타게 기다렸다.
○ 첫 판매 프로젝트 완수
박 차장 등 연구원 3명은 그해 12월 스위스로 날아갔다. 이듬해 2월까지 ESS 설치를 완료하고 시험운용까지 끝내는 게 임무였다. 며칠 동안은 한국에서 공수해 온 재료와 장비들의 포장을 뜯어야 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ESS 설치작업에 들어갔다. 컨테이너 1개에는 보통 1만 개가 넘는 셀(cell·배터리의 최소단위)이 들어간다.
ESS 시장은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지만 대부분 납축전지를 사용해 왔다. 납축전지는 부피가 크고 전력효율이 떨어지며 수명이 2년에 불과했다. LG화학의 리튬이온전지는 이러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ABB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가정용 ESS 시장이 급성장하는 유럽에서 시장 진출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ESS 프로젝트팀의 신진규 부장(40)도 작업이 막바지에 이를 때쯤 스위스에 합류했다. 마지막으로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신 부장은 “기술력에 대해서는 자신 있었지만 첫 현장 투입이라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ABB 관계자가 함께한 수십 번의 테스트는 다행히 성공적으로 끝났다. 박 차장은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 판매하는 것이라 회사로선 의미가 큰 프로젝트였다”며 “그제야 ‘ESS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독일 IBC솔라에 납품할 가정용 ESS 장치(가로 66cm×세로 44cm×높이 60cm·6.3kWh). LG화학 제공
처음 구성된 TF는 15명 정도였다. 이들은 LG전자, GS칼텍스, 한국전력, 포스코 등과 함께 제주도 ‘스마트 그리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역량을 키웠다. 공식적인 조직이 생긴 것은 지난해 1월이다. 현대차의 ‘아반떼 하이브리드’에 사용될 배터리를 개발한 신 부장 등이 합류하면서 전체 팀 구성원은 40명으로 확대됐다.
신 부장은 “대부분의 연구원이 자동차 배터리를 연구할 때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6, 7년간 고생했다”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그걸 다시 반복하겠다고 나서기가 쉽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스위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났고, 같은 해 6월에는 독일의 IBC솔라와 태양광발전용 ESS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예비전력을 모아두는 ESS는 에너지 생산량이 불규칙한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 분야에서 훌륭한 보완재가 될 수 있다. 독일은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5%까지 높일 계획인 만큼 LG화학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ESS 시장이다.
전 세계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2억 달러에서 2020년 536억 달러, 2030년 13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