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사내 지식나눔 모임… ‘이그나이트LG’ 현장 가보니
LG전자는 지난달 29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이그나이트 LG’ 행사를 개최했다. LG전자 제공
‘점화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인 ‘이그나이트’는 지식강연인 ‘테드(TED)’와 흡사한 일종의 지식나눔 행사다. 주제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정보나 지식을 자유롭게 소개하는 자리다. 2006년 미국 미디어그룹인 오라일리가 처음 개최했고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에 이어 최근 국내에서도 서울과 광주 등에서 열렸다.
국내 기업 가운데 이그나이트를 연 건 LG전자가 처음이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유롭게 지식을 나눌 수 있도록 해 창의력을 북돋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
사전에 사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받은 발표 신청 접수 경쟁률은 2 대 1로 당초 예상보다 높았다. 관람을 신청한 직원도 200명을 넘었다. 왁자지껄하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어색함을 깨는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이 끝나고 행사가 시작됐다.
발표자들은 헤드마이크를 쓴 채 무대에 올라 수다를 떨듯 발표했다. 이날 발표자들에게 주어진 원칙은 한 가지였다. 최대한 간결하게 핵심만 설명하는 것이다. 청중이 ‘지루하다’고 느끼는 순간 지식나눔이 아닌 지식강요가 되기 때문이다. 발표자가 무대에 오르면 미리 준비한 20장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가 15초마다 자동으로 넘어가도록 해 발표 시간이 총 5분을 넘기지 못하게 했다.
완벽한 프레젠테이션도, 아주 전문적인 콘텐츠도 아니었지만 각자 자신이 일을 하면서, 또는 평상시 삶 속에서 얻은 지식과 노하우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전달했다.
스마트폰을 연구하는 김창목 MC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마케팅 전략을 이야기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최근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스마트폰 기능을 소개하는 플래시몹 행사를 열었다”며 “경쟁사이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함께 칭찬하고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직접 뽑은 최고의 발표는 간단한 작곡법을 소개한 조대득 MC연구소 주임연구원에게 돌아갔다. 주말엔 홍익대 앞에서 인디밴드 보컬로 활동한다는 조 연구원은 “누군가의 귀한 5분 동안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애쓴 준비 과정 자체가 즐거운 도전이었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자기 색깔을 가진 발표자들의 삶을 공유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