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금 투자 어떻게
물가가 연 3.5%만 올라도 지금부터 20년 뒤에는 생활비가 2배로 뜁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화폐를 찍어대는 추세가 확산되면 떨어진 화폐가치 때문에 물가는 더 올라 숨통을 조여 오게 될 것입니다.
구본형이 쓴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는 유명한 책을 보면 불붙은 갑판에 그대로 있을 것인지, 바다로 뛰어들 것인지 결정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바다보다 갑판이 당장은 안전하지만 결국 불에 타서 모두 확실히 죽습니다. 바다는 위험해 보이지만 살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그 책은 확실히 죽을 것이냐, 혹시 살 것이냐를 묻습니다.
노후 준비에서 ‘금메달’이라고 하면 은퇴 시점까지 모은 자산에서 발생한 현금만으로 노후를 보내는 것입니다. 상속자산이 남아 있으니 자녀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은메달’은 모은 자산을 다 소진하면서 노후를 보내는 것입니다.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으니 자녀들은 큰 부담이 없습니다. ‘동메달’은 모은 자산을 쓰면서도 자녀에게 기대어 사는 것입니다. 모은 자산이 소진될 무렵이면 자녀도 자신의 자녀를 키워야 할 때라 서로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불행한 건 전 국민적으로 금메달이 은메달이 되고 은메달이 동메달로 바뀌는 상황이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성장이 지속되면 금메달이 은메달로 추락합니다. 고성장 시대에는 배당금이 많고 이자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원금은 보존하면서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배당금이 낮고 이자도 적게 나옵니다. 그러니 원금도 까먹으면서 살아야 합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메달마저 동메달로 떨어뜨립니다. 요즘 정년(停年)퇴직이 아니라 청년(靑年)퇴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을 때 퇴직하는 분이 많습니다. 의료과학의 발전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100세까지는 살 것으로 기대됩니다. 노후자금은 한정돼 있는데 수명이 길어진 상황에서 노후가 축복이 아니라 염려로 다가온 것이 현실입니다.
앞서 말한 고객도 메달 색이 바뀌었습니다. 평생 근검절약했지만 보상받지 못하는 현실에 화가 날 법도 합니다.
배당과 이자가 낮은 상품에 투자하니 허울만 인컴펀드로 전락한 것이죠. 그래서 인컴펀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안정적으로 운용하되 세후수익률이 연 7%가 돼야 하고 △급한 상황에서 자금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원금이 줄지 않아야 하고 △원금의 자산 가치를 잘 보존해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투자에서도 ‘레드오션’을 버리고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것만이 길어지고 불확실해진 노후를 준비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유진 우리투자증권 골드넛멤버스WMC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