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깜짝 선발카드’가 통했다. SK 여건욱이 3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여건욱은 6이닝 1안타 무실점의 호투로 팀을 개막 3연패에 건져냈다. 잠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SK 중고신인 여건욱
이만수감독, 스프링캠프 내내 선발감 칭찬
1군 첫 선발 두산전 6이닝 5K 무실점 첫승
연봉 2400만원 루키, 5억팔 김선우에 승리
‘헐크의 신데렐라’ 여건욱(27)이 위기의 SK를 구했다.
○SK를 구한 최저연봉투수
선발투수는 1군에서 처음으로 선발 출격한 여건욱이었다. 반면 두산 선발은 베테랑 김선우. 여건욱의 연봉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책정한 최저액인 2400만원. 김선우의 연봉은 5억원이다. 양 팀 선발의 이름값은 물론 몸값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 그러나 승자는 여건욱이었다. 여건욱은 6이닝 동안 단 1안타만 허용하며 6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7km.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을 섞었다. 1회 무사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뒤에는 확실히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었다. 결국 그는 1군 무대 생애 첫 선발 등판에서 승리투수의 감격을 맛봤다. 팀도 3연패 사슬을 끊으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경찰청에서의 2년, 제구력과 완급조절을 익히다!
광주일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여건욱은 2009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40순위로 SK에 입단(계약금 5000만원)했다. 당시 SK는 극강의 마운드를 구축하고 있었다. 신인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었고, 2009년 고작 2경기 등판에 그쳤다. 직구에는 힘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항상 제구력이 문제였다. 결국 그는 2010년 경찰청에 입단해 반전을 모색했다. 2년의 시간은 그를 성장시켰다. 직구, 슬라이더 위주의 투 피치에서 벗어나 느린 커브를 장착하며 완급조절을 익혔다. 2군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며 자신감을 획득한 것도 큰 성과였다. 그는 꼬박꼬박 SK의 1군 경기를 챙겨보며 1군 무대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특히 투구 밸런스와 멘탈에서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송은범의 경기는 생생한 교과서와 같았다.
여건욱은 지난해 제대 이후 팀에 합류하자마자 재능을 뽐냈다. 스프링캠프 내내 이만수 감독으로부터 ‘선발후보감’이라는 칭찬을 들으며 구슬땀을 흘렸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 실력을 검증받은 그는 마침내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했다. 4월 중 윤희상과 김광현이 돌아왔을 때도 선발진에 남아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의 쾌투로 SK는 숨을 돌리게 됐다. 경기 후 이 감독은 “좋은 투수가 탄생한 날이다. 여건욱은 공을 던질 때 백스윙이 짧고 폴로스윙이 길기 때문에 공 끝이 좋다. 제구력도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여건욱은 2009년 1.2이닝만을 던져 ‘프로 입단 5년 이내, 30이닝 이내 투구’라는 신인왕 자격을 충족한다. 향후 활약 여부에 따라 신인왕 경쟁의 다크호스로도 떠오를 수 있다.
잠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