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19)는 서울 마포대교로 갔다. 고교 졸업을 앞둔 지난해 12월이었다. 많은 사람이 투신자살을 한다는 장소. 생을 마감하려는 순간 ‘SOS생명의전화’(사진)를 봤다. 전화기를 들고 무작정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난하고 힘든 현실을 떠올리니 눈물이 났다. 엉엉 울었다. “지금은 알바를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어떡해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A 씨처럼 SOS생명의전화기를 통해 발길을 돌린 사람이 지난해 163명에 이른다고 3일 밝혔다. 생명보험재단이 한국생명의전화,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와 함께 마포대교, 한남대교, 한강대교, 원효대교, 서강대교 등 5곳에 각각 4대씩 설치했다.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누르면 전문상담원과 바로 연결된다. 전화를 건 사람의 위치가 자동적으로 파악돼 구조요원이 현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전화기는 2011년 7월에 처음 설치됐다. 그해엔 12월까지 34명이 상담원과 통화한 후 자살하려던 마음을 바꿨다.
전화가 걸려온 시간대는 오후 6시∼밤 12시가 95명(59%)으로 가장 많았다. 0시∼오전 6시가 52명(31.9%)으로 뒤를 이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밤에 전화를 많이 거는 것으로 보인다.
상담 내용을 살펴보니 진로 문제가 40건(24.5%)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이성 문제가 22건(18.5%), 생활고와 고독이 각각 18건(11%)이었다. 우울증(9.8%)도 적지 않았다. 성별로 보면 남성(62.6%)이 여성(37.4%)의 두 배 수준이었다. 나선영 한국생명의전화 국장은 “주변 사람에게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남성의 특성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