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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전용 흡연구역?… “남성 역차별 아니냐” 시끌

입력 | 2013-04-04 03:00:00

■ 보성녹차휴게소 설치 놓고 공방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전남 보성녹차휴게소의 여성전용 흡연구역 사진. 일간베스트저장소 화면 캡처

고속도로 휴게소에 ‘여성 전용 흡연구역’이 만들어지자 남녀 역차별 반대를 주장해온 일부 남성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전남 목포∼광양 고속도로에 있는 보성녹차휴게소는 지난해 12월 건물 밖에 ‘여성 전용 흡연구역’을 만들었다. ‘여성 흡연구역’이란 푯말 아래 테이블과 의자 2개, 재떨이가 있다.

이 흡연구역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일부 남성 누리꾼들은 “명백한 남녀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한 남성 흡연자가 쓰레기통 앞에서 초라하게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남자들은 정부의 금연정책 때문에 담배 피울 곳을 급격히 잃어 가는데 여성들만 배려해 주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여성 전용’이 갈수록 확산되는 데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남성들도 있다. 주차장 버스좌석 등 여성 전용이 점점 늘어나 남성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흡연구역까지 여성 전용을 따로 만드는 건 심각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남성연대’의 성재기 대표는 “여성들이 자꾸 ‘전용’을 주장하는 건 스스로 사회적 약자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여성 전용 핑크 택시처럼 여성의 안전을 위한 정책은 용인할 수 있어도 흡연구역까지 여성 전용을 만든다는 건 우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전용 주차장과 버스 좌석에 이어 최근 서울시가 추진하는 여성 전용 임대주택과 여대생 전용 기숙사처럼 역차별을 조장하는 포퓰리즘 정책이 활개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반면 여성 흡연자들은 전용 흡연구역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여성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담배를 피웠을 때 중장년 남성들의 눈치를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회사원 김모 씨(27·여)는 “회사 안에 흡연실이 있지만 눈치가 보여 화장실을 간다고 거짓말하고 건물 밖으로 나와 몰래 담배를 피워야만 했다”며 “화장실을 간다며 자주 들락날락하니 상사들이 ‘과민성 대장증후군 아니냐’고 농담할 때마다 차마 흡연 사실을 말할 수 없어 ‘그렇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대학원생 이모 씨(24·여)는 “외부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아저씨들이 다가와 ‘어디서 여자가 담배를 피우나. 나중에 기형아를 낳을 거다’라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여성 전용 흡연구역은 과거에도 일부 지역에 있었지만 얼마 안 가 사라졌다. 강릉휴게소는 2011년 9월 화장대와 공기청정기, 가글 세트를 갖춘 여성 전용 흡연구역을 만들었지만 이용객이 하루 1, 2명에 불과해 올해부터 남녀 공용 흡연구역으로 용도를 바꿨다.

충주휴게소는 올해 2월 여성 전용 흡연실을 남녀 공용으로 전환했다. 강릉휴게소 관계자는 “여성들이 전용구역 대신 휴게소 뒤쪽에서 몰래 피웠다. 흡연실로 들어가면 담배 피우는 여자로 보여질까 봐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동주·권오혁·곽도영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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