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후 귀갓길 교통사고 사망 급증
2일 오후 8시 25분 전남 영암군 영암읍 왕복 4차로 갓길에서 손수레를 끌고 가던 강모 씨(61)가 김모 씨(46·여)의 SM5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사고 지점은 마을 주변이지만 인도도, 가로등도 없는 시골 도로였다. 운전자 김 씨는 어두운 시골 도로를 운전하면서 상향등을 켜지 않았다. 숨진 강 씨는 아래 위 모두 검은색 옷을 입어 운전자 눈에 띄기 쉽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20일 오후 7시 55분에는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왕복 2차로에서 김모 씨(66)가 손모 씨(58)의 승합차에 치여 숨졌다. 역시 인도가 없는 어두운 시골 도로였다.
이처럼 인도나 가로등, 횡단보도가 없는 시골 도로에서 교통약자인 노인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고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전국에서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전남은 도로안전 시설물이 크게 부족한 데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 교통사고 사망률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사고는 대부분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 마을 근방에서 발생하고 있다. 노인들이 일을 마치고 귀가할 무렵이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운전자들이 시골 도로에 보행자가 없다고 방심해 과속하거나 상향등을 켜지 않은 채 운전하다 노인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를 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어두운 농촌 마을 주변에선 속도를 줄이고 반대편에서 차가 오지 않을 때는 상향등을 켜고 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남도는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20가구 이상이 사는 마을 352곳의 인근 도로 123km에 인도를 설치할 계획이다.
영암=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