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인이 말하는 ‘나의 라이벌’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 ‘나의 경쟁자’
‘해진아, 이 책 참 좋더라. 같이 읽으면서 우리 이 험난한 세상 어찌 살아갈지 더 고민하자꾸나. 만날 만화책만 보내달라고 하지 말고’라는 메시지가 함께 들어 있었다. 김정주 NXC 대표(45)가 직접 골라 보낸 책이다.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으로 선정된 김 대표는 이 의장을 선의의 경쟁자로 꼽았다. 둘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동기이자 KAIST 대학원 시절 16m²(약 5평) 방을 나눠 쓴 룸메이트였다.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신선한 자극을 주고 항상 영감을 주며 옆에서 조금이라도 더 돕고, 같이 가고 싶어서다.
○ 경쟁이 나 그리고 우리를 키웠다
모바일 게임업체인 컴투스의 박지영 대표(38)는 오랫동안 업계 1, 2위를 다툰 게임빌을 라이벌로 꼽았다. 박 대표는 “2000년대 초기 피처폰용 게임부터 지금까지 두 회사가 각자 다양한 게임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서로에게 많은 자극이 됐다. 그 덕분에 컴투스가 기대치보다 좀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김은성 KAIST 물리학과 부교수(42)는 80세의 노교수를 경쟁자라고 소개했다. 자신을 가르친 스승의 스승인 미국 코넬대의 존 레피 교수. 김 교수는 “요즘도 이른 새벽녘에 일어나 홀로 실험실로 향하는 레피 교수의 과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닮고 싶다”고 했다.
승현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교수(47)는 동료 연구자가 아니라 자신의 연구대상인 뇌(brain)를 경쟁자로 제시했다. 승 교수는 “뇌는 너무 복잡해서 인간이 이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뇌는 경외와 경이로 나를 가득 채운다”라고 말했다.
○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
100인 중 21명이 자기 스스로를 경쟁자라고 밝혔다. 남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에서 순간순간 이김으로써 더 성숙해졌다는 말이다.
나경원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회장(50)은 날마다 새롭다는 뜻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소중히 여긴다. 그는 “경쟁하는 상대방은 중요하지 않다. 어제의 나 자신이 가장 큰 라이벌이고 견제해야 할 대상이다”라고 밝혔다.
남을 의식하며 살면 스스로가 불행해지니까 자기 스스로를 경쟁상대로 삼기도 한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46)는 “남과 나를 비교하면 항상 나보다 무엇인가를 잘하는 사람이 있어 불행해지지만 나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하며 살아왔기에 즐거운 마음이었다”고 했다.
사이버 범죄를 소재로 만든 드라마 ‘유령’이 있다. 실제 주인공인 정석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수사실장(42)은 드라마 속 자신에 해당하는 ‘김우현’(소지섭)을 라이벌로 꼽았다. 차갑지만 열정이 있고 정도와 원칙을 고수하는 김우현을 사이버수사관으로서의 미래상이라고 여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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