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의료원 사태 파문 확산
경남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과거에도 지방의료원 운영 문제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치 행정 의료 노동 등 전 분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 ‘서민 건강권 보루’ vs ‘강성노조 해방구’
국가인권위원회는 4일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와 관련한 긴급구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법상 ‘구체적인 인권침해 행위가 현재 일어나고 있고 방치할 경우 회복이 불가능할 경우’인 긴급구제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향후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진정 사건으로 접수해 다루기로 했다.
의료원 노조 등 직원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2008년 현재 건물 신축 때 빌린 돈 220억 원이 부채에 포함됐다는 것. 노조는 인건비도 다른 지방의료원의 80% 수준이라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진주의료원에 30년가량 근무한 한 간호사의 연봉은 5000만 원 남짓이다. 비슷한 경력의 경기도의료원 직원은 약 6000만 원을 받는다. 경남도에서 밝힌 전체 직원의 평균 연봉은 3100만 원. 5년차 이하는 평균 2500만 원, 25∼30년차는 평균 4500만 원 수준이다. 박석용 노조 지부장은 “고액 연봉은 의사들에게만 해당될 뿐 일반 직원은 전혀 다르다”며 “인건비 비율이 높은 것도 환자가 많지 않아 수익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공방 속에 2월 중순 200명이 넘던 환자는 현재 40여 명으로 줄었다. 경남도는 휴업기간인 다음 달 2일까지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할 계획이다. 치료비 차액도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방의료원이 문을 닫을 경우 지역 내 공공의료시스템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 지방의료원은 각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공공의료서비스를 위해 운영하는 공기업이라 진료비가 저렴하다. 지방의료원의 초음파 검사비는 약 5만 원. 대학병원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수준이다. 입원비 차이는 이보다 더 크다. 민간병원은 여기에 각종 추가 검사비와 부대시설 임대 등으로 수익을 내지만 공공성을 강조하는 지방의료원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 의료계, 노동계 등이 나섰지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폐업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 달라”며 경남도를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폐업을 막을 실질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남도가 잔류 환자를 모두 다른 병원으로 옮긴 뒤 폐업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지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 지방의료원 ‘도미노’ 우려
서울의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은 2011년 149억 원의 적자를 냈다. 서재성 서울의료원 기획실장은 “공공병원은 적자를 피할 수 없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처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보험 진료비율이 낮고 과잉 진료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역시 2007년 경영이 악화되면서 극심한 노사 갈등을 빚었다. 노동운동가 출신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당시 홍 지사와 마찬가지로 “강성노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폐업을 추진하는 대신 민간병원 수준의 경쟁력 강화를 노조에 요구했고 노조는 임금 동결과 노사 대타협으로 화답했다. 지난해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의 평균 적자는 22억 원으로 낮아졌고 환자가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배기수 경기도의료원장은 “진주의료원 상황이 다른 곳에서 나올 수 있어 걱정”이라며 “진료비를 올리면 수익을 늘릴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오지 못하는 환자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성호·강정훈·이인모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