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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주펑]‘習-李新政’은 중국에 개혁을 가져다줄까

입력 | 2013-04-05 03:00:00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전국 정협)의 연례회의인 양회(兩會)가 끝남에 따라 중국의 권력교체가 완성됐다. 이제 관심은 ‘시-리 신정(習-李 新政·시진핑 국가주석-리커창 총리의 새 정치체제)이 정치개혁에 시동을 걸 수 있을지, 그렇다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최소한 최근 몇 달간의 시-리 신정은 명확한 개혁 메시지를 보였다.

1978년 이후 35년간의 개혁 과정은 세계가 인정하는 거대한 성취를 중국에 안겨줬다.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내부의 문제를 노정했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 경제의 부진으로 중국의 성장 또한 도전을 받고 있다. 과잉생산의 압력에 시달릴 뿐 아니라 투자 견인형 성장 방식이 한계에 부닥친 것이다. 이제 정치와 경제정책에서 새로운 모델을 창출해야 하는 단계에 온 것이다.

오늘날 중국의 개혁은 ‘할 거냐 말 거냐’ ‘될까 안 될까’의 문제가 아니라 ‘개혁이냐 혁명이냐’의 문제가 됐다. 이는 지도부가 진정으로 개혁을 하기로 결심했느냐, 용기를 낼 수 있느냐, 이를 위한 식견과 안목을 갖고 있느냐로 귀결된다. 시 주석이 청사(靑史)에 이름을 남기려면 정치시스템의 저효율과 정경유착의 폐단을 척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1978년 이후 중국이 덩샤오핑(鄧小平) 주도의 개혁 노선 덕분에 새로 태어났다면 오늘날의 중국은 다시 태어나기 위해 덩의 개혁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행히 중국 인민들을 고무시키는 건 시-리 신정이 시작부터 미래의 개혁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도부는 관리들의 낭비와 공금 소비 풍조를 강력히 억제하고 있다. 중국의 국주(國酒)인 마오타이(茅臺) 가격이 급락한 게 이를 잘 보여준다. 당국이 국가 전체의 소비 위축을 우려할 정도다.

시 주석은 공산당이 외부의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리 총리는 올해 3공 경비(관용차 구매 및 관리비, 공무 접대비, 해외 출장비)를 공개할 뿐 아니라 정부의 호화 청사 건설을 동결하고 관용차 사용을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리 총리는 지난달 17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개혁은 중국의 자기혁명”이라고까지 했다.

그렇다고 해서 시-리 신정의 개혁에 비현실적인 기대를 해서도 안 된다. 사회주의 국가의 개혁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선택적 유지보수. 핵심적인 정치적 가치는 건드리지 않는다. 둘째는 정치체제의 급진적인 변혁으로 새로운 가치와 권력 운영 방식을 확립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중국에서 후자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시 주석은 양회 폐막 연설에서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고, 중국의 길(中國道路)을 걸으며, 중국의 정신(中國精神)을 선양하고, 중국의 힘(中國力量)을 결집하자”고 말했다. 이는 새 지도부가 갖고 있는 개혁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드러낸다. 정치체제의 변화가 아니라 중국이 처한 국정 현실에 기초하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또 지난달 23일 모스크바국제관계대에서 “신발이 편한지 편하지 않은지는 신어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이 말한 중국의 길이 실용주의라는 시대정신임을 보여준다.

시-리 신정의 개혁 메시지는 전대미문의 강력한 것이다. 중국의 새 지도부는 최근 10년간 보기 어려웠던 용기와 결단, 역사적 책임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지도부는 어쩌면 덩샤오핑 이후 처음으로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세계에 안겨 줄지도 모른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