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현대자동차그룹의 ‘달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캠페인 광고에 출연한 차사순 할머니가 운전연습을 하는 모습. 사진 제공 이노션
"제발 참아 달라"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는 것. "대단한 의지"라며 응원하는 이도 일부 있지만 "운전은 장난이 아니다"며 "어떤 사고를 칠지 걱정된다"는 우려가 압도적이다.
이런 반응은 웬만한 '김 여사'는 명함도 못 내밀만큼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숱하게 낸 전력 때문이다.
2010년 11월에는 집 근처에서 주차하려고 후진 기어를 넣으려 했으나 순간 착각해 운행 기어를 넣는 바람에 벽을 들이받아 수백만 원의 차량 수리비가 나왔다.
감나무를 정면으로 들이받는 아찔한 사고도 경험했다. 잦은 사고로 단골 공업사까지 생겼다.
그는 고속도로에서 시속 50㎞ 이상 속도를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운전하다가 뒤차의 강한 항의를 견디지 못해 귀가한 적도 있었다.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
보다 못한 자식들이 운전을 극구 말리자 차 할머니는 2년 동안 운전을 포기했다. 그런데 드라이빙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하고 봄부터 운전재개를 선언한 것.
차 할머니는 "가족의 만류로 2년간 운전을 못 했지만 이제 날씨가 좋아졌으니 다시 도로를 달리고 싶다"며 "사고가 나면 날수록 운전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아직도 마음속으로 운전연습을 한다"고 밝혔다. 차 할머니는 현재 차량 안에 설치한 내비게이션 작동법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경악했다. 한 포털 사이트 관련 기사에는 할머니를 말리는 댓글이 불과 몇 시간 만에 2000개 가까이 달렸다.
"운전은 장난이 아니에요. 할매 좋은 경험 했다 생각하시고 그만 포기하세요", "할머니 운전은 결코 만만한 게 아닙니다", "잠재적 살인마. 운전 못 하는 사람이 운전대 잡으면 자동차가 아닌 흉기", "의지 강한 사람 응원하는 편인데 이건 아닌 듯", "제발 참아주세요. 다른 사람도 생각 좀 하셔야죠", "열정은 노벨상감. 운전은 안 하셨으면…생명은 소중하니까요", "도로 위의 시한폭탄", "960대 때리고 싶다", "김여사 완전체".
한편 2005년 4월부터 운전면허증 취득에 나선 차 할머니는 필기시험에서 949번이나 떨어지는 등 모두 960번의 도전 끝에 2010년 2종 보통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었다.
이 소식은 '의지의 한국인'이란 이름으로 세계 통신사를 통해 타전되면서 뉴욕타임스 등 외국언론에 소개됐다.
시카고 트리뷴은 차 할머니를 현대 부모들이 자녀에게 기억시켜야 할 '집념과 끈기의 본보기'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 자동차회사 광고에도 모델로 등장해 '올해의 광고모델 상'을 수상했고 '애마'인 흰색 승용차를 선물 받았다. 이 차는 현재 아들이 타고 있다고 한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