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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꽃 한송이 사자에게 건네는 소녀 “사자야, 네가 있어서 든든하구나”

입력 | 2013-04-06 03:00:00

◇집으로 가는 길/하이로 부이트라고 글/라파엘 요크텡 그림/김정하 옮김
32쪽·1만 원/노란상상




노란상상 제공

콜롬비아라고 하면 기껏해야 ‘백 년 동안의 고독’, ‘콜레라 시대의 사랑’으로 알려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열광적인 축구가 생각납니다. 그만큼 멀고도 잘 알지 못하는 나라입니다.

콜롬비아는 각종 분쟁과 내전으로 생긴 난민이 현재까지 100만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만큼 온 나라가 불안한 상태이지만 그 속에서도 아이들이 희망으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 나라의 어린이 책 작가들은 아이들이 자신이 속해 있는 세계의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들은 그런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용기를 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항상 진실을 구하며 자라나기를 희망했을 것입니다.

그런 바람으로 만들어진 그림책 ‘집으로 가는 길’은 2007년에 멕시코의 폰도 데 쿨투라 에코노미카 출판사가 만든 ‘바람 끝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베네수엘라 방코 델 리브로 제30회 어린이 부문 ‘최고의 책’으로도 선정됐습니다.

표지에서 꽃 한 송이를 사자에게 건네며 한 소녀가 밝게 웃고 있습니다. 한나절 동안 학교에선 학생으로 지냈지만 방과 후 집으로 가야 하는 시간부터 아이의 현실은 그리 환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어야 합니다. 홀로 집에 가는 길, 엄마 대신 장을 보고 동생을 챙겨야 합니다. 저녁 식사도 준비해야 하고 엄마 마중도 나갑니다. 그래도 오늘은 사자가 함께 있어 든든합니다. 오늘처럼 언제나 함께해 준다면 아이도 힘든 시기를 잘 이겨 나가겠지요. 어느 새 사자는 가고, 아빠가 웃고 있는 사진 액자 앞에는 꽃이 놓여 있습니다. 용기를 내기 위해 꽃으로 손을 내밀어 희망으로 세상과 마주한 소녀가 대견합니다.

소녀와 함께 걷는 사자를 보며 놀라 기절초풍하는 주변 인물들, 말도 표정도 없지만 소녀를 돕는 사자의 재치가 그림을 읽는 잔잔한 재미를 맛보게 해 줍니다. 책을 덮고 나서 1948년과 1985년을 관통하며 콜롬비아가 겪은 일들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더 좋겠습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