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트 어스/필립 볼 지음/서동춘 옮김/608쪽·2만2000원/살림
중세 성당의 제단화 속 성모 마리아의 옷은 거의 푸른색이다. 청색은 예로부터 하늘을 상징해 영적인 색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세속적인 원인도 숨어 있다. 당시 광물성 안료인 울트라마린은 값이 비쌌다. 제단화를 주문하는 부유층이 울트라마린을 비롯한 고급 안료들로 그리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영국왕립화학회 연구원인 저자는 중금속이 포함된 안료, 독한 냄새가 나는 니스처럼 과학적 산물인 색을 돋보기 삼아 화풍과 대중의 취향이 어떻게 바뀌어 나가는지 설명한다. 원제 ‘Bright Earth’. 수천 년간 지구를 빛낸 색의 혁명사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