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성 SK증권 상하이사무소장
중국에 처음 왔을 때 성공이 눈앞에 있는 듯했다. 파란 눈에 큰 코를 가진 서양인보다는 중국인이 훨씬 친숙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우리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줄 알았다. 무슨 일을 하든지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일이 진행될 것으로 생각했다.
위험과 어려움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마저 들었다. 이러한 오만과 편견 속에서 몇 년을 허송세월했다. 결국 중국인과 그들의 문화, 정서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데 실패했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중국정부의 정책에 부응하는 사업은 대부분 기술, 자본, 노동력이 집약되는 딱딱한 사업이 되기 쉽다. 처음부터 두껍고 높은 진입장벽을 뛰어넘어야 하는 두려움과 불편함에 직면해야 한다. 어렵게 일군 알토란같은 사업을 중국인에게 뺏기는 경우도 많다. 우리가 중국보다 경쟁 우위에 있으면서 중국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사업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6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매력평가지수(PPP)를 반영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공식적인 국내총생산(GDP)은 8조2500억 달러이지만 PPP를 반영한 GDP는 12조3800억 달러다. 15조 달러대의 유로존, 미국에 이어 3위 수준이다. 특히 올해와 내년에는 8% 후반대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고 2015년까지 평균 7%대의 성장추세가 이어진다고 하니 충분히 신빙성 있는 얘기다.
중국 경제의 원동력은 중산층 및 부유층의 구매력 증가다. 2011년부터 소비가 투자를 앞지르며 중국 경제를 이끈 것이다. 중국인의 여행 및 레저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명품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여기에 착안했다. 우리가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서비스 산업을 활용해 중국사업의 해법을 찾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新)한류상품이 중국사업의 대안으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한국의 성형외과와 산후조리원 사업은 대표적인 신한류상품에 속한다. 중국의 성형미용시장은 이미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국으로 성형미용관광을 떠나는 중국인의 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앞으로 5년 내 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의 수는 매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미용성형학회가 주요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인의 성형수술 횟수는 세계 3위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 20∼30대의 성형수술 통계치는 2% 미만에 불과해 한국(15%)에 비하면 아직 매우 작다. 시장수요 대비 성형의료기관의 수도 한국의 7% 수준에 머문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산후조리원 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상하이(上海)에서 운영하는 일부 산후조리원의 VIP 방값은 월 1억5000만 원을 웃돈다. 이마저 방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예비 산모가 많다. 예약은 6개월 이상씩 밀려 있다. 한국의 산후조리원의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다. 한국계 성형미용의료기관과 더불어 한국계 산후조리원의 중국 진출이 예상되는 이유다.
신한류상품이 될 수 있는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와 관련된 아이템부터 캐릭터 상품까지 창의적으로 생각해 보면 아이템이 안 될 게 없다. 중국 사업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쉽고 친숙한 아이템부터 찾아봐야 한다. 단, 중요한 것은 중국보다 경쟁력에서 앞서고 있는 분야여야 한다는 점이다.
윤현성 SK증권 상하이사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