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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메트로 像像]남산에서 24시간 출동대기 ‘무적의 로봇’

입력 | 2013-04-08 03:00:00

■ 서울애니메이션센터 ‘태권V’ 동상
2005년 탄생 30주년 앞두고 제작




서울 중구 예장동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입구에 있는 ‘로봇 태권V’ 동상. 남산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며 출동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제공

최근 인터넷 검색 사이트 구글이 우리나라 1급 비밀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대한민국 보물지도’를 표시하면서 ‘로봇 태권V’의 위치를 노출시킨 것.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돔 지붕이 열리며 태권V가 나오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여의도로 달려가진 마시라. 구글의 ‘만우절 장난’이었으니까.

‘로봇 태권V’는 1970, 80년대 만화영화의 인기 캐릭터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V…”를 부르던 그때의 추억에 젖고 싶다면 여의도 대신 남산으로 가면 된다. 서울 중구 예장동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입구에서 태권V 동상을 만날 수 있다. 높이 3.5m, 무게 약 1.5t의 이 동상은 태권V 30주년을 1년 앞둔 2005년 애니메이션센터가 자체 제작했다. 1976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태권V 영상만 보고 만든 탓에 아쉬운 부분도 있다. 섬세한 태권 동작을 구사해야 하는데 관절 부위가 제대로 표현돼 있지 않기 때문.

태권V는 2006년 대한민국 로봇 1호로 등록증을 받았다. ‘로봇번호 760724-R060724, 주소는 대한민국 태권브이 기지, 군사용 로봇으로 분류된다. 제원은 높이 56m, 중량 1400t, 파워 895만 kW, 속도는 보행 시속 20∼30km, 주행 시속 300km, 비행 속도는 마하 1.2.’

태권V는 일본의 ‘마징가’ 시리즈 덕에 태어났다. TV에서 보던 마징가Z(1972년)가 국산이 아니라 일제라는 데 실망한 동심을 달래기 위해 김청기 감독이 1976년 7월 24일 태권V를 창조했다. 차별화를 고민하던 김 감독은 광화문 인근 스튜디오에서 내다보이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보고 “이거다” 무릎을 쳤다. 투구를 쓴 모양의 태권V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조종사 훈이가 위급한 상황에서 3번 단추를 누르면 태권V는 훈이의 태권도 동작을 그대로 따라한다. TV 오락프로그램에서 감정한 태권V의 실력은 공인 3단 수준. 돌개차기(회전 앞돌려차기) 등 태권V의 주요 품세가 3단의 수준과 비슷하다. 국기원에서는 태권V에게 4단 명예단증을 선물하기도 했다.

태권V와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일단 신장은 태권V(56m)가 마징가Z(18m)보다 절대 우세. 싸움 스타일은 판이하다. 마징가Z가 로켓주먹 등 다양한 무기를 바탕으로 원거리 공격을 즐기는 반면 태권V는 근접전을 선호하는 인파이터다.

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