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바다 둘러싸인 송도 LNG기지에 너구리가…

“연결도로 따라 들어왔을 가능성” 서식지 이주 방안 등 대책 검토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너구리가 바다 건너 여기까지?”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들은 7일 인천 연수구 송도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인근에 설치해둔 폐쇄회로(CC)TV의 녹화 테이프를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화면에는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너구리(사진)의 모습이 선명하게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생물자원관은 지난달 31일 LNG 기지 설비지역과 인근 갈대숲 곳곳에서 야생동물로 추정되는 발자국과 배설물을 발견하고 카메라 2대를 설치했다.

1997년 준공된 LNG 기지는 육지에서 약 3km 떨어진 해상 매립지 위에 있다. 이곳에 너구리가 어떻게 왔는지는 미스터리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서문홍 연구사는 “육상동물이 바다로 둘러싸인 기지에 자리를 잡았다는 게 신기하다. 옥련동 청량산 등에서 살던 너구리가 육지와 연결된 편도 2차로 도로를 따라 LNG 기지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는 너구리가 땅굴을 파다가 매설된 전선을 손상시킬 것을 우려해 대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측은 너구리의 정확한 개체수를 파악한 뒤 환경단체를 통해 너구리를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