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나니머스, 6216명 추가 공개… 北사이트 게시판 살펴보니
우리민족끼리의 ‘독자투고’ 게시판. ‘서울시 구로구’ ‘경기도 파주시’ 등 국내 주소를 쓰는 회원들이 정부와 미국을 비난하는 글들을 1957건 올려놨다. 강원 태백시에 사는 경비원으로 자신을 소개한 ‘천둥’은 “워싱턴에 핵 한방 갈겨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우리민족끼리 화면 캡처
동아일보가 분석한 결과 공개된 명단 1만5217명 중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 국내 3대 포털의 e메일 계정을 이용해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회원은 2290명이다. 한메일과 다음이 1763개로 가장 많았고 네이버(459개), 네이트(68개)가 뒤를 이었다.
당국은 기존에 인터넷에서 종북 활동을 한 사람과 ID나 e메일 주소가 일치하는 명단을 찾고 있다. 본인이 직접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해 이적 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명단에 적힌 ID나 e메일 주소가 다른 사이트에서 종북 활동을 한 이력이 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을 추모한다며 무단 방북했다가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노수희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부의장이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기록을 확보했다. 노 부의장은 지난해 3월 24일 김 국방위원장 사망 100일 추모행사에 참석하겠다며 정부 허가 없이 무단 방북했다가 103일 만인 지난해 7월 5일 북한 주민의 환송을 받으며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다.
당국은 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전직 전교조 교사 김모 씨가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기록을 확인했다. 국내 진보 성향 언론사 블로그에서 활동하는 K 씨도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K 씨는 블로그에 김일성 주석이 항일운동을 했다는 ‘보천보 전투’를 칭송하는 글을 다수 남기고 북한 노래를 소개했다. 패션용품을 판매하는 블로그에 북한의 건축물과 여성 사진 등을 올렸던 O 씨도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서울 및 지방 소재 대학의 전 총학생회 관계자도 다수 포함돼 있다. 회원 명단에 오른 한 인사는 “가입 기억은 없지만 2000년대 초 북한 사이트 접속이 자유로운 시절 학생운동을 하면서 국내 사이트에 올라온 북한 사이트의 글을 읽은 적은 있다”며 “요즘 모르는 번호로부터 ‘간첩이죠?’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수십 개 받았다”고 말했다. 현직 경찰관의 명단도 나왔지만 당사자인 A 경사(중앙경찰학교 재직)는 “언제 가입했는지 모르겠다. 가입했다면 첩보 입수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기적인 첩보활동을 하면서 인터넷 자료 수집 과정에서 회원으로 가입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어나니머스에 해킹당했던 우리민족끼리는 6일 오후 정상 복구됐다. 회원만 쓸 수 있는 ‘독자투고’를 작성할 때는 이름 거주지 직업 등을 쓰게 돼 있었다. 동아일보가 7일까지 올라온 투고 1957개를 들여다보니 주소란에 ‘서울 마포구’ ‘경기 파주시’ ‘강원 태백’ 등 국내 주소를 적어놓은 글이 795개나 됐다. 나머지는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의 주소가 적혀 있다. 국내 주소가 적힌 글 대부분은 미국과 남한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정홍원 총리 등을 비난하는 글도 많았다.
조동주·권오혁·이철호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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