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스티븐스 前주한美대사 인터뷰
4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 중인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4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의 원만한 타결을 희망했다. ‘한국은 이 문제를 평화적이고 상업적인 원자력 이용이라는 차원에서, 미국은 비확산의 차원에서 다루고 있어서 간극이 크다. 어떻게 하면 협상에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2008년 9월부터 3년 1개월 동안 주한 미 대사를 지내며 이 문제를 지켜본 그는 한국 측이 협상 개정을 요구하는 경제적 배경을 어느 미국인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한국이 핵 재처리와 농축 기술을 가지면 당연히 북한에 맞설 핵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여느 미국인과는 달랐다.
하지만 양국 간 견해차가 첨예한 상황에서 조심스러운 기색도 역력했다. 그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서 내가 끼어드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양국 간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서 반갑지만 구름이 낀 것처럼 이슈가 뒤섞여 있는 형국이어서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북한의 최근 잇단 도발 움직임에 대해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당국자들은 한국과 매우 긴밀히 협조하면서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하고 있다”며 “북한의 최근 발언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 긴장만 증폭시키는 것으로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지도부는 보다 바람직한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지역 내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는 나라가 되길 기대한다”고 거듭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3년 전 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희생된 장병들의 영정 사진을 본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며 “미국은 북한이 다른 길을 가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려 했지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국제사회를 무시한 최근의 경험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고 회고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북한이 가려는 길에는 미래가 없고 핵을 가지면 더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덜 안전해지며 국제사회를 무시하면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점을 알도록 북한을 설득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일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북한이 핵개발을 한다고 해서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논리에 반대하면서도 북한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 방안으로 “평화로운 통일, 한국인의 의사가 존중되는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콘서트에 갔을 때 8, 9세 된 딸을 데려온 30대 중반의 남성이 저를 알아보고 ‘제 딸이 당신처럼 외교관이 되고 싶어 합니다. 사진 한 장 같이 찍을 수 있을까요’라고 하더군요. 기뻤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젊은 여성들에게 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2011년 10월 미국으로 돌아와 워싱턴에 있는 조지타운대 외교학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의 외교정책과 한미관계 등을 연구하고 있다. 1975년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와 ‘제2의 고향’처럼 소중한 인연을 가꿔 온 그는 미국 맨스필드재단과 한국 국제교류재단이 6월부터 시작하는 ‘넥서스 프로그램’(미국 내 차세대 한국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해 후진 양성에 나선다.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후임으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