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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주역이야기]달마대사가 말하는 ‘좋은 눈(目)’이란

입력 | 2013-04-09 03:00:00

<2>관상학




김재원 동양고전학자

동양, 서양 모두에서 관상법(觀相法)을 환자의 진찰과 병 치료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다.

서양에서는 고대 히포크라테스가 관상학을 환자의 병증 진단에 활용했다고 한다. 얼굴과 신체의 생김새를 살펴 어디가 아픈지 상태가 어떤지 등을 1차 판단했다. 동양에서는 의학에 관상법을 더 적극적으로 적용해왔다. 얼굴과 신체의 상(象) 형(形) 색(色)에 따라 환자의 건강상태를 진단하거나 약을 처방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요즘도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눈꺼풀 아래를 뒤집어 보거나 혀를 관찰하는 식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경우가 있다. 간이 나빠져서 황달이 오면 눈 흰자위가 제일 먼저 노란색으로 변한다. 나중에는 얼굴색 전체가 노란색이 된다. 그러다 상태가 악화되면 검은색으로 변하는데 이를 흑달이라고 한다. 간의 상태가 얼굴 등에 나타나는 것이다.

한의학에 ‘망문문절(望聞問切)법’이라는 게 있다. 병을 진찰할 때 첫째, 눈으로 관찰하고 둘째, 목소리 기침소리 등을 들어보고 셋째, 물어 보고 넷째, 맥을 보거나 만져본다는 뜻이다.

관상을 의학에 적용한 대표적인 것이 조선의 이제마(1837∼1899)가 주창한 사상의학(四象醫學)이다. 이제마는 함경도에서 태어났는데 어릴 적부터 학문과 무예에 힘썼다. 39세에는 무과에 합격해 관직에 진출한 후 민란을 평정하는 등 무관으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그러다 병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마는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약을 지어 먹었지만 잘 낫지 않자, 스스로 치료하기로 마음먹는다. 의서(醫書)를 뒤지고 여러 약을 먹어보며 연구를 계속하던 중 그는 사람의 체질에 따라 주로 발생하는 질병도 다르고 치료법도 달라야 함을 깨달았다.

이제마는 고종 31년(1894년)에 자신의 연구 임상경험을 모아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이라는 책을 발간했는데 이로써 사상의학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람의 체질은 4가지(사상)로 나눌 수 있는데 체질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상’이란 말은 ‘태양(太陽) 소양(少陽) 태음(太陰) 소음(少陰)’을 뜻한다. 이렇게 크게 구분한 네 가지 체질에 따라 성격 외모 건강상태 생활습관이 모두 다르며 잘 걸리는 병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때 체질에 따라 먹는 음식도 달라야 하고 쓰는 약도 달라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화제를 돌려 지난주에 이어 달마상법의 세계로 돌아가 보자.

달마상법에 따르면 상을 본다는 것은 심상(心相), 즉 사람의 영혼, 정신, 마음을 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심상을 보려면 어디를 봐야 하는가? 제일 중요한 곳이 바로 눈이다.

TV를 보면 많은 연예인이 눈을 성형한다. 대개는 남녀 모두 그렁그렁하게 큰 눈이 유행인 것 같다. 과연 그런 눈이 좋은 눈일까? 지난주에 이어 달마대사가 말하는 좋은 눈은 다음과 같다.

①눈빛이 수려하고 반듯한 눈
② 가늘고 긴 눈
③ 눈빛이 안정되고 밖으로 빛나는 눈
④ 눈빛을 발산하다가도 안으로 거둘 줄 아는 눈
⑤ 눈의 흰자위가 위아래로 많지 않은 눈(눈의 위쪽 흰자위가 많으면 간사하고, 아래 흰자위가 많으면 필히 형벌을 받는다)
⑥ 한 곳을 응시할 때 눈빛이 이탈하지 않는 눈
⑦ 상황이 바뀌어도 눈빛이 동요하지 않는 눈


달마상법에 따르면 둥글고 큰 눈보다는 가늘고 긴 눈이 더 좋다고 한다. 부처님 불상의 눈도 가늘고 길다.

달마상법에는 눈에 대해 이런 구절이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눈은 눈빛이 왔다 갔다 하는 눈, 예쁜 눈, 생각이 많아 보이는 눈이다. 이런 눈은 보기는 좋아도 그리 좋은 게 아니다. 눈빛이 왔다 갔다 하면 집안의 가업을 잇지 못한다. 예쁜 눈은 호색(好色)하고 생각이 많아 보이는 눈은 간악하여 시비를 발생시킨다. 눈을 볼 때 털끝만큼의 작은 차이가, 결과에서 천리 차이가 난다. 눈을 본다는 것은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김재원 동양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