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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괴물… 체인지업으로 빅리그 타이밍을 빼앗다

입력 | 2013-04-09 03:00:00

■ 류현진 메이저리그 첫 승 투구 분석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는 볼 던진후… 시속 16km 차이 안쪽 속구로 현혹




류현진 메이저리그 첫 승 투구 분석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이 두 경기 만에 메이저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류현진은 8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안방경기에서 6과 3분의 1이닝 동안 3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예전 박찬호가 빠른 공으로 타자를 윽박질렀다면 류현진은 산전수전 다 겪은 ‘에이스’의 면모를 발휘하며 상대 타자들을 요리했다. 류현진은 1회 피츠버그의 앤드루 매커천에게 2점 홈런을 허용했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고 다양한 변화구와 코너워크로 피츠버그 타자들을 연이어 돌려세웠다. 특히 주무기라 할 수 있는 체인지업이 빛났다. MLB 모든 구장에는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 회전수 등을 측정하는 초고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스포츠 경기 촬영 전문업체 ‘스포츠비전’은 이 촬영 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투구의 구종, 투구 위치 등을 계산해 PFX(PITCHf/x)라는 자료를 만든다.

승리의 공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8일 두 번째 선발 등판 만에 첫 승을 따낸 뒤 라커룸에서 ‘1ST WIN’이라고 적힌 첫 승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출처 LA 다저스 트위터

동아일보가 MLB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PFX를 분석한 결과 류현진은 이날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만 체인지업을 던졌다. 오른쪽 타자 바깥쪽으로 살짝 휘어 나가는 자신의 체인지업 궤적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허를 찌르는 속구가 없다면 체인지업은 그저 ‘배팅 볼’일 따름이다. 류현진은 이날 체인지업과 속구를 섞어 ‘몸쪽 속구+바깥쪽 체인지업’ 아니면 ‘바깥쪽 체인지업+몸쪽 속구’ 패턴으로 재미를 봤다.

타자가 몸쪽 공을 치려면 한가운데 공보다는 방망이를 빨리 휘둘러야 한다. 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방망이 중심부를 몸쪽으로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바깥쪽 공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스윙해야 방망이 중심에 공을 맞힐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깥쪽 느린 공(체인지업)을 본 다음 몸쪽으로 빠른 공(속구)이 날아오면 타자는 그 공이 더 빠르다고 체감한다. 거꾸로 몸쪽 빠른 공 다음에 바깥쪽 느린 공이 오면 공이 더 느리게 보인다.

이날 류현진의 속구(시속 147km)와 체인지업(131km)의 평균 구속 차이는 16km. 여기에 안쪽 바깥쪽을 넘나드는 투구 패턴까지 더해져 상대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은 훌륭한 체인지업을 갖고 있어 속구가 더 빨라 보이게 한다”며 “(오늘 구속이 별로 안 나왔다는 지적이 있는데) 제구가 안 된 볼이 빠르기만 하다고 좋은 건 아니다. 구속이 조금 느리더라도 자신이 던지려는 곳에 제대로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공을 타자들이 훨씬 공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커천에게 홈런을 맞은 1회는 아직 이런 조합이 자리 잡기 전이었다. 류현진은 매커천에게 바깥쪽 체인지업에 이어 바깥쪽 높은 코스로 속구를 던지다 홈런을 맞았다. 실투였다.

이날 류현진은 슬라이더로도 재미를 봤다. 류현진은 슬라이더를 총 16개 던졌는데 이 중 6개(37.5%)가 헛스윙을 유도했다. 또 체인지업 27개 중 4개(14.81%)에 피츠버그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PFX는 야구 규칙에 따라 타자 신체 조건을 토대로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해 쓴다. 이 때문에 실제 구심 판정과 스트라이크 판단 결과가 다를 때가 있다. 류현진이 1회 가비 산체스에게 풀 카운트 끝에 볼넷을 내줄 때 던진 체인지업을 PFX는 스트라이크로 판단했다. 5회 조 맥도널드에게 볼넷을 내준 속구도 PFX로는 스트라이크였다. 또 카메라가 공을 촬영하는 데 실패하는 일도 생긴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 수는 101개였지만 PFX 카메라가 3개를 촬영하지 못해 98개만 기록했다.

한편 다저스는 1회말 에이드리언 곤살레스의 2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3회말 칼 크로퍼드의 2루타와 맷 켐프의 희생플라이로 경기를 뒤집었다. 류현진의 세 번째 등판은 1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방문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발 대결 맞상대로는 지난해 15승(12패)을 거둔 이언 케네디가 유력하다. 애리조나 타자들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경기당 6.17점을 뽑아내며 물 오른 타격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황규인 기자 symoon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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