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위드 러브’
우디 앨런 감독의 상상력과 유머 감각이 빛나는 ‘로마 위드 러브’.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저예산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한국에서 35만 관객을 끌어 모은 ‘미드 나잇 인 파리’. 이 영화에서 앨런 감독은 피카소, 헤밍웨이 등 역사 속 유명 문화인들이 나오는 환상적인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박제된 역사의 인물들은 파리를 배경으로 살아나 현재가 된다. 도시는 상상력을 제공하는 창고 역할을 한다.
18일 개봉하는 ‘로마 위드 러브’도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영화에는 ‘…파리’처럼 여러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로마에서 휴가의 마지막을 보내던 건축가 존(알렉 볼드윈). 그는 우연히 자신의 젊은 시절을 꼭 빼닮은 건축학도 잭(제시 아이젠버그)을 만난다. 존은 잭이 여자친구와 그녀의 동성 친구 사이에서 삼각관계에 빠지는 것을 목격한다.
신혼부부 밀리와 안토니오는 로마 생활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정착을 준비한다. 하지만 밀리가 없는 사이 갑작스레 콜걸 안나(페넬로페 크루스)가 호텔방으로 찾아온다. 뜻밖의 여자와 잠자리를 가진 안토니오는 자신도 몰랐던 본능에 눈을 뜬다.
은퇴한 오페라 감독 제리(우디 앨런)의 딸 헤일리(앨리슨 필)는 여행 중 만난 미켈란젤로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딸의 약혼자를 만나기 위해 로마에 온 제리는 평생을 장의사로 살아온 미켈란젤로의 아버지에게서 특별한 재능을 발견한다. 사돈 될 사람은 샤워하며 노래하는 솜씨가 세계 최고다.
일흔여덟 노감독이 빚어내는 환상적인 사랑 이야기는 관객을 매혹하기에 충분하다. 영화 속 우연히 찾아드는 사랑은 관객이 꿈꿔 온 일탈의 꿈을 대리 만족시킨다. 하지만 우연을 엮어가는 감독의 솜씨는 꽤나 치밀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장면 장면마다 배치한 유머는 어찌 보면 유치하지만 노감독의 애교로 받아줄 만큼 귀여운 구석이 있다. 18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