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의 화려함 원하면 ‘그날들’ ★★★☆그의 노래 느끼려면 ‘바람이 불어오는 곳’ ★★★★
자살로 생을 마감한 김광석을 지켜주지 못한 아픔을 씻김굿으로 풀어내고픈 이들을 위한 대극장 뮤지컬 ‘그날들’(왼쪽)과 가수 김광석 하면 소주 한잔이 떠오르는 이들을 위한 소극장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LP스토리·이다엔터테인먼트 제공
두 작품은 ‘거리에서’ ‘그날들’ ‘나의 노래’ ‘사랑했지만’ ‘사랑이라는 이유로’ ‘이등병의 편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김광석이 부른 노래가 각각 20곡과 26곡 녹아들어 가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는 김광석 역을 맡은 가수 박창근이 작사 작곡한 ‘어느 목석의 사랑’을 제외하곤 김광석의 노래가 원형 그대로 불러진다. 반면 ‘그날들’은 김광석의 노래로만 구성됐지만 편곡을 많이 해 ‘이게 김광석 노래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곡도 있다.
‘그날들’은 ‘오! 당신이 잠든 사이’와 ‘김종욱 찾기’로 창작뮤지컬계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극작가 겸 연출가 장유정이 5년 만에 발표한 신작이다.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20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진 실종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20년 전 묘령의 여인을 경호했던 정학과 무영의 엇갈린 우정과 사랑을 담아냈다. 오만석 유준상 강태을 최재웅 지창욱 오종혁 같은 스타급 남자연기자가 대거 출연하는 대극장 뮤지컬답게 박력 넘치는 군무와 대형 영상을 활용한 역동적인 무대로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반면 소극장 뮤지컬로 지난해 말 대구에서 초연하고 상경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금구·김재한 작, 김재한 연출)은 정공법을 택했다. 김광석의 노래를 좋아하던 대학생 이풍세가 청춘의 방황을 거쳐 옛 동료들과 다시 뭉쳐 조촐한 공연을 다시 열기까지의 인생살이를 김광석의 노래를 따라 회상 형식으로 풀어놓는다. 이 과정에서 이풍세 역의 박창근과 최승열은 모창가수에 가깝게 김광석 노래를 소화한다. 밴드 연주자들인 그의 선배와 친구, 연인도 원곡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며 노래한다.
짝사랑의 애틋함,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아픔, 청춘의 상실감과 세상살이의 서글픔, 풍진 세상에 대한 야유와 올곧은 삶에 대한 희구….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 경험해봤을 아픔과 회한, 성찰의 고비 고비들이 김광석 노래와 절묘하게 공명을 일으킨다.
쇼의 화려함과 이야기의 비범함을 기대한다면 ‘그날들’을, 김광석 노래가 지닌 원석 그대로의 매력을 좋아한다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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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