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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획 한 획의 붓놀림… 글씨일까 그림일까

입력 | 2013-04-09 03:00:00

‘그리기와 쓰기의 접점에서’ 전




아흐메드 무스타파의 ‘야간 여행과 승천’. 눈부시게 화려한 색채 속에 아랍어 문자들이 율동한다. 예술의전당 제공

위에서 아래로 시원하게 뻗어 내려간 한 획의 붓놀림. 이것은 글씨일까, 그림일까. 글씨도 그림도 모두 하나의 획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 획은 작가의 내면에서 만들어진 정신이자 기호다.

그리기와 쓰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세계적 현대미술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열린다. 5월 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그리기와 쓰기의 접점에서’. 서예의 전통을 지닌 한국 중국 일본뿐 아니라 추상회화를 대표하는 미국 유럽의 작가들, 우리에겐 낯선 아랍권의 작가들까지 59명의 작품 79점을 선보인다. 쓰기가 자판 두드리는 행위로 단순화된 디지털 시대에 서예에 담긴 미학적이고 인문학적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무제’는 어둡고 단조로운 무채색 배경 속에 오직 꿈틀거리는 붓의 움직임만으로 생명의 약동을 암시한다. 이노우에 유이치의 ‘어머니’에 뭉쳐 있는 검은 먹물은 생명을 잉태한 핏덩이처럼 보인다.

아랍어가 등장하는 아랍권 작품은 그 텍스트를 읽을 수 없어 더욱 신비감을 자아낸다. 이집트 출신 작가 아흐메드 무스타파의 ‘야간 여행과 승천’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색채 속에 아랍어 문자들이 율동하는 화면이 환상적이다. 이응노, 남관, 서세옥, 이우환, 윌렘 드 쿠닝, 한스 아르퉁, 조르주 마티외의 작품도 전시된다.

전시작의 대부분(68점)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리튼아트 재단의 소장품이다. 이 재단은 손 글씨의 교육적 문화적 가치에 주목하고 그 실천을 장려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재단의 대변인이자 서예가로 이번 전시에도 출품한 앙드레 크네브 씨는 “유럽의 많은 지식인과 예술가들은 동양의 서예가 예술일 뿐 아니라 인격 수양의 도구, 문화의 척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3000∼5000원. 02-580-1655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