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만큼 위험한 병 ‘당뇨병 전 단계’
▶본보 4월 1일자 A21면 ‘당뇨병 前단계’라고 방심하면 큰 코… 심-뇌혈관질환 걸릴 위험 30% 높다
‘당뇨병 전 단계’는 당뇨병만큼 위험한 병으로 인식되지 않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뇨병 전 단계는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김홍규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교수 연구팀은 1996∼2004년 전국 17개 건강검진센터를 이용한 43만 명(남자 26만 명, 여자 17만 명)의 건강상태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관찰했다. 국내 최대 규모, 최장 기간의 추적 관찰 연구였다. 관련 논문은 지난해 말 발행된 미국 당뇨병학회 공식 학회지에 게재됐다.
연구결과를 보니 당뇨병 전 단계일 때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건강한 사람보다 30% 이상 높았다. 심·뇌혈관 질환은 심장과 뇌의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발생한다. 현재 한국인 사망원인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심장 질환인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증과 뇌혈관 질환인 뇌경색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당뇨병 전 단계를 크게 ‘약한 단계’(공복 혈당 dL당 100∼109mg)와 ‘심한 단계’(dL당 110∼125mg)로 나눠 심·뇌혈관 질환의 진행 상황을 살펴봤다. 당뇨병 전 단계의 사람이 허혈성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은 건강한 사람보다 각각 17%(약한 단계), 30%(심한 단계) 높았다. 당뇨병에 걸린 이후에는 이 확률이 95%까지 껑충 뛰었다.
당뇨병 환자와 비슷한 노력 필요
전문가들은 당뇨병 전 단계를 개선하는 데도 당뇨병 못지않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식이요법은 혈당을 낮추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다. 탄수화물 55∼60%, 지방 20∼25%, 단백질 15∼20% 등 3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서양보다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한국인들은 밥, 빵, 떡 등을 먹을 때 항상 주의해야 한다.
운동을 하면 지방세포가 줄고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 지방세포는 인슐린의 기능을 떨어뜨려 혈당 관리를 어렵게 하기 때문에 당뇨환자의 적으로 꼽힌다.
근력 운동도 필수다. 근육의 양이 증가하면 기초대사량이 높아져 더 많은 열량이 소모된다. 유산소 운동은 30분∼1시간 정도 하고 15분 정도는 근력 강화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겨울에는 실외에서 운동하다간 미끄러져 다칠 위험이 높다. 추운 날씨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려면 집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움말=김민선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소장)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