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기프트카 캠페인의 3월의 주인공인 안유수 씨는 자신이 고안한 깻잎 떡볶이 브랜드 ‘깨생이’를 알리기 위해 스스로를 ‘깨생이 아저씨’라고 소개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벤처사업가에서 일용직으로
현대자동차의 1t 트럭 ‘포터’를 개조한 안 씨의 스낵카 한쪽에는 ‘희망드림 기프트카’라는 로고가 붙어 있다. 안 씨는 지난달 현대차가 소외계층의 소자본 창업을 돕는 사회공헌사업 ‘기프트카 캠페인’의 수혜자로 선정한 5명 가운데 한 명이다.
한창 자신만의 떡볶이 개론을 소개하던 안 씨는 노점상 경력 4년차의 자칭 ‘길 위의 초보 요리사’다. 그는 사실 10년 전만 해도 전도유망한 벤처사업가였다. 지금 안 씨가 스낵카를 운영하는 골목 인근에는 그가 운영하던 벤처회사 사무실이 있다.
명문 사립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에서 광고기획자(AE)로 일하던 안 씨는 1999년 벤처 붐을 타고 회사 후배들과 3차원(3D) 스티커 기계로 창업에 도전했으나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2004년 사업을 접었다. KAIST와 공동 개발하던 프로젝트를 위해 끌어다 쓴 대출금은 연체이자까지 붙어 10억 원으로 불어났다. 월급 압류로 재취업도 불가능했다.
유복자로 귀하게 키운 아들의 실패에 충격을 받은 안 씨의 어머니는 뇌병변 장애를 얻었다. 담담히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던 안 씨는 병상에서 힘들어하는 어머니가 생각난 듯 잠시 목이 멨다.
○ 1t 트럭은 안 씨의 희망을 싣고
절망만 남은 줄 알았던 2005년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어머니 간병을 위해 자주 가던 마트에서 선식가게를 운영하는 아내의 선한 눈매를 보고 있노라면 안 씨의 어깨를 짓누르던 세상의 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7번의 프러포즈 끝에 아내는 “하루 3갑씩 피우는 담배를 끊으면 결혼하겠다”며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아내는 두 차례의 유산 끝에 2007년 큰딸 린(6)을 낳았다.
안 씨는 지난해 가을 둘째를 갖고 임신중독증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떡볶이 대신 시간을 덜 뺏기는 붕어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철 가격이 오르자 집 앞에 세워 둔 붕어빵 기계를 밤사이 누군가가 훔쳐갔다. 그 즈음 안 씨는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쳐 공사장 인부로 일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
안 씨 가족의 사정을 접한 송파구청 사회복지사가 현대차 기프트카 캠페인에 응모해 보라고 권했다. 안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의 보조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을 위해 다시 일어서고 싶었다. 1800만 원 상당의 트럭은 재산으로 인정돼 차상위계층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씨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오겠다고 다짐했다.
기프트카 2차 면접을 보던 1월 31일 새벽 그는 둘째 딸을 얻었다. 안 씨는 “면접장에 들어가서 면접관들에게 ‘지금 딸을 낳고 왔다. 꼭 뽑아달라’고 목청을 높였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안 씨 특유의 성실함과 자립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트럭 외에도 500만 원의 창업자금과 안 씨의 떡볶이를 브랜드화하는 창업 멘토링도 지원했다. 안 씨는 광고기획자로 일하던 경험을 살려 자신의 깻잎 떡볶이를 길거리 음식 프랜차이즈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