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어 마리당 5000원… 1kg에 3500만원 선
지난해 여름 한 마트에서 민물장어 구이 요리 홍보행사가 열렸다. 민물장어는 새끼인 실뱀장어 어획량이 4년째 급감하면서 산지가격과 음식점 판매가격이 크게 올라 서민들이 먹기 힘든 고급 음식이 되고 있다. 동아일보DB
○ 실뱀장어 어획 3년째 바닥
전남해양수산과학원 내수면시험장에 따르면 올해도 전국 민물장어 양식장 530여 곳이 실뱀장어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 장어 양식장의 70%가량이 전북 고창과 전남 영광 함평 등 호남지역에 있다.
민물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나 강으로 올라와 살다가 3∼5년이 지나면 바다로 돌아가 산란한다. 양식 민물장어는 강으로 올라오는 실뱀장어를 잡아 1년 정도 키운 것이다.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실뱀장어를 대량 인공 부화하는 기술은 없다.
최근 경기침체 등으로 소비가 줄자 양식장들은 연간 실뱀장어 9t 정도를 키우고 있다. 국내산 또는 같은 극동산인 중국, 일본, 대만산 6t을 사용하고 나머지 3t은 필리핀·아프리카 등 열대산과 북미·유럽산을 이용한다. 전문가들은 실뱀장어가 귀해진 이유로 남획과 지구온난화를 꼽는다. 귀해진 실뱀장어는 1마리에 2009년 500원에서 2011년 3000원, 2012년 7000원까지 올랐다. 올해는 마리당 5000원을 유지하고 있지만 거래마저 끊긴 실정이다. 실뱀장어 1마리는 길이 4.5∼6cm에 무게 0.15∼0.2g으로 실처럼 가늘다. 금 1kg에 6000여만 원이고 실뱀장어 1kg(5000여 마리)에 3500만 원이니 무게로만 치면 금값의 절반을 넘는다. 실뱀장어 잡이는 12월 제주도에서 시작한 뒤 점차 북상해 6월 충남에서 끝난다. 금강하구와 영산강 하구, 여수 등이 주요 산지였다. 실뱀장어 잡이 어민들은 “과거에는 실뱀장어를 잡아 대학생을 가르쳤는데 요즘은 어획량이 적어 배 기름값도 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부 어민들은 그물을 불법으로 설치해 배가 걸리거나 치어 씨를 말리고 있다.
○ 맛보기 힘들어진 민물장어
실뱀장어 가격 상승은 장어 산지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민물장어 kg당(5마리 기준) 산지가격은 2010년 1만5000원이었지만 현재는 5만 원이다. 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 관계자는 “실뱀장어 값이 오른 데다 사료와 기름값이 올라 적자를 보고 있지만 양식을 포기할 수 없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장어구이 등 소비자가격도 크게 올랐다. 현재 광주지역 민물장어 음식점 판매가격은 kg당 7만 원 정도다. 가족 4명이 민물장어를 먹으려면 10만 원가량이 든다. 풍천장어로 유명한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 입구 장어전문점 신덕식당 주인 정모 씨(49)는 “1인분(330g)에 2010년 1만8000원에서 현재는 2만9000원으로 올랐지만 손님도 줄고 남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민물장어 음식점은 3, 4년 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한중일 3국 민물장어 양식장 단체는 3년 전부터 실뱀장어 자원 회복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 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는 정부에 민물장어 금어기 지정, 조속한 실뱀장어 인공부화 성공을 위한 투자를 건의하고 있다. 민물장어 음식점들은 kg당이 아닌 g당 판매제를 시행하고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하는 등 소비시장을 지키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