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돌던 청춘, 印尼에서 딴 세상을 만났죠”
K-프런티어 프로그램에 참가한 오진우 씨(오른쪽)가 다른 참가자와 함께 KOTRA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무역관을 방문했다. 자카르타=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다른 사람 앞에서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평범한 휴학생, 심지어 또래들이 열심히 토익을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려고 노력하는 동안 놀기만 했던 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남들보다 한참이나 무뎠던 내게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의 K-프런티어 프로그램 1기에 뽑혔다는 소식은 꿈만 같았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나는 평생 만나지 못했을 많은 사람을 만났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 주재원들, 중소기업 사장들로부터 인도네시아 전반의 경제 상황과 주요 이슈, 해외진출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빈부격차가 큰 인도네시아에서는 요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당연히 싼 임금으로 운영되는 노동집약적 제조업은 경쟁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임금이 오른 근로자들은 외식을 하고 옷도 사면서 소비를 늘릴 수 있다. 단순 제조업 분야가 아닌 도소매 유통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이 생긴다는 의미다.
현지 경험이 많은 한국 기업인들은 우리에게 이런 기회를 활용해 보라고 조언했다. 세계 4위인 2억4000만 명의 인구, 풍부한 천연자원과 수년간 연평균 6%대의 고성장을 지속하는 나라. 한국의 청년구직자들이 이런 나라에서 떠오르는 중산층을 상대로 창업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청년구직자들이 이제 해외취업도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평소 많이 들었다. 하지만 추상적 조언이 많아 구체적, 실질적 정보를 얻긴 힘들었다. 하지만 해외현장에서 둘러보니 느낌이 달랐다. 현지 언어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현지에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때의 불편함을 직접 느껴봐야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한국인을 뽑고 싶어도 인도네시아어를 하는 사람이 적어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하는 현지인을 채용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인도네시아의 젊은 대학생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유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만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었다.
남들보다 취업, 미래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내게 이번 프로그램은 여러모로 자극제가 됐다. 특히 나에게는 단순히 해외취업을 위한 현장 경험 외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딱 맞던 내가 우물 밖으로 나가 다른 세상을 보고, 이미 그곳에서 열심히 뛰는 다른 이들을 지켜봤다는 점이다. 이들과 꿈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나처럼 꿈과 신념이 부족한 사람들이 K-프런티어 프로그램을 통해 꿈을 한 가득 마음에 담는 행운을 누렸으면 좋겠다.
※상명대 컴퓨터소프트웨어공학과를 휴학 중인 오진우 씨(23)는 K-프런티어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꿈이 많아졌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도, 바리스타도, 영업사원도 하고 싶다. 특히 인도네시아 체험을 토대로 해외취업을 꿈꾸는 그는 요즘 인도네시아어 공부에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