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현실 조화 ‘노동운동의 희망’
김준영 부천지역노동조합 위원장은 1970년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삶을 늘 되새긴다. 김 위원장이 2009년 서울 청계천6가에 있는 전태일 동상을 찾은 모습. 김준영 씨 제공
이정식 원장
다음해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처음 맡았던 조정사건 중 하나가 기억난다. 사장 부부가 같이 일을 해야 할 정도의 열악한 전자업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딱한 상태의 노동자들이 권익보호를 위해 힘겨운 투쟁을 하던 중이었다. 김준영은 이런 이들을 모아서 지역노조 대표로 밤낮없이 뛰었다. 대단히 합리적이고 유연하며 많은 대안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사용자의 불법 및 비리에는 추상같이 대응했다. 그것도 밤을 새워가며. 게다가 부천지역 노조 의장을 3선이나 했으니 민주적 리더십은 입증된 셈이다.
주위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나 물었다. 노조 위원장과 간부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시장 사장에게. 이런 평가가 나왔다. “합리적이다. 노동운동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그 원칙을 유연하게 현실에 적용할 줄 안다. 깨어있는 선각자라고나 할까. 지역 노사민정(勞使民政)사업 활성화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에 대한 칭찬은 이렇게 이어졌다. “일 잘하지, 똑똑하지, 정확한 식견과 탁월한 감각 있지, 약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불의를 보면 분노할 줄 알지….”
한마디로 헌신적인 사람이라는 애기다. 지하 셋방에서 여섯 식구가 사는데 전세금 1000만 원이 없어서 이사 가야 하는 노동자이기도 하다. 다만 고집이 센 게 단점이란다. 종합하면 영원한 젊은이가 바로 김준영이다.
그는 지역 노조운동으로 잔뼈가 굵었다. 부천지역 노동자와 서민을 위해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 많은 성과를 남겼다. 대표성 도덕성 정당성 측면에서 노동운동의 위기가 자주 지적된다. 위기 극복과 대안의 키워드는 지역이다. 그는 한 번도 지역을 버리지 않았다. 그의 탁월함은 1998년에 이미 전국 최초로 지역 노사민정협의회 설립을 주도해 노사정 파트너십을 형성했다. 모범적 운영은 다른 지역 노사민정협의회에 교과서가 되고 있다.
노사 공동의 직업훈련과 지역 일자리 창출, 노동복지관 운영, 노동 및 생활상담과 관련된 활동을 보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일을 만들어 가는 그의 품성이 드러난다. 그러한 그의 역량은 부천지역지부 의장에 머물지 않고 한국노총 54개 지역지부 의장협의회 회장까지 맡게 한다. 날고 기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젊은 나이에.
그에게 외도의 기회가 있었다. 2012년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표현하면 지나칠까. 대기업 노조의 입김이 크고 안정적 변화를 원하는 조직문화 속에 개혁을 외치며 작은 노조의 지지를 받으면서 위원장직에 도전했다.
그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새로운 시도로 변화를 추구하며 앞서 나간다. 현장과 함께, 현장의 힘에 기초해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나간다. 한마디로 그를 평한다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누구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사람,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어디서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김준영이 노동현장 여기저기에 많이 있다. 그게 운동의 희망이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