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예산지원 GDP 0.84%로 늘었지만 1조6000억 대부분 반값등록금에 충당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2조 원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대학들이 재정난을 하소연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늘어난 예산 대부분이 반값 등록금을 위한 국가장학금에 투입되면서 빚어진 일이다.
8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11조7300여억 원을 대학에 지원한다. 지난해보다 1조6000여억 원 늘었다. 이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예상액의 0.84%에 해당한다. 고등교육 분야에 대한 지원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GDP 1%)으로 올려야 한다는 대학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반영한 셈이다.
교육부 추계에 따르면 대학에 대한 지원예산은 2010년 GDP 대비 0.62%(7조2000여억 원)에서 2011년 0.72%(8조9000여억 원), 2012년 0.78%(10조1000여억 원)로 계속 늘었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반값 등록금 제도를 소득과 연계해 확대 시행하기로 하면서 지원예산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사립대의 기획처장은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제자리걸음인데 상당수 대학이 최근 3, 4년 동안 등록금을 전혀 올리지 못했다. 학과 개편 같은 구조조정을 하려고 해도 돈이 필요한데 지금은 교수와 직원의 월급을 까먹으면서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대의 기획처장은 “대학은 정부에 국고를 지원해서 먹여 살려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고 자율성만 달라고 했지만 정부는 대학의 등록금 인상까지 막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서거석 신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이 8일 취임 일성으로 두 유형의 국가장학금을 하나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대학이 실질등록금(명목등록금에서 학생 1인당 장학금을 뺀 액수)을 조금이라도 인상하면 2유형 국가장학금을 지원하지 않는 바람에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재정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고등교육 재정을 좀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과)는 “반값 등록금이 보편적 복지로 연결되면서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같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