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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개혁 설계도, ‘기획통’ 오세인 검사장이 그린다

입력 | 2013-04-10 03:00:00

중수부 폐지후 특별수사체제개편 맡아… 朴정부 공약 이해도 높아 발탁 한듯




법무부가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발표한 5일 오후. 검찰 안팎에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임명된 오세인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48·검사장·사진)에 대한 인사발령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았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정식 발령의 대상이 된 적이 없는 자리였다. 이 자리는 그동안 검사장급 가운데 잘못된 수사나 처신으로 문제가 불거지거나 일선 지검장에 임명되지 못할 때 잠시 머무르는 한직(閑職)으로 분류돼 왔다.

오 검사장은 대구고검 차장으로 일하다 지난해 말 김진태 전 대검 차장이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맡자 검찰의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기조부장에 임명됐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오가며 검찰개혁의 큰 틀을 짜고 흐트러진 검찰 내부 분위기를 바로잡는 데 일조했다. 이 때문에 “오 검사장에게 저런 대우를 하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의문은 곧바로 풀렸다. 9일 법무부와 대검에 따르면 오 검사장은 10일부터 대검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이후 전국 일선 지검의 특별수사 체제를 전면 개편하는 중책을 맡는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국민이 지지하는 방향으로 특별수사 체제를 재편하되 부패수사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면밀한 설계도를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 검사장이 바로 이 ‘설계도’를 그리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조만간 출범할 외부인사 중심의 ‘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개혁의 큰 틀을 짜면 오 검사장은 이에 맞춰 6월까지 검찰의 특별수사 체제를 새로 마련한다. 이후 신설될 특별수사 컨트롤타워의 초대 부서장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높다. 법무부가 대검 중수부장에 후임 인사를 임명하지 않은 것도 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검찰 내부에선 중수부가 보유한 계좌추적팀 범죄수익환수팀 등을 일선 고·지검에 전진 배치하고 특별수사를 팀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확정되진 않았지만 오 검사장이 채 총장을 돕는 ‘제2의 기조부장’이나 ‘제2의 중수부장’ 역할을 하며 대검 내부에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이 TF에서 그간 중수부가 담당했던 권력층의 부정부패나 기업비리 등 대형 수사를 어느 곳에서 맡을지, 특임검사제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채 총장은 또 취임사에서 “검찰총장의 권한을 일선에 대폭 위임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자율과 책임’을 강조했다. 특별수사에 대한 외압은 총장이 최대한 막아내되 문제가 불거지거나 공정성이 의심되는 수사는 엄격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새 컨트롤타워 부서는 전국 일선 지검의 특별수사를 지원하는 동시에 이를 관리·감독하는 역할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오 검사장의 발탁 배경에는 그동안 인수위와 검찰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 박근혜정부의 검찰개혁 공약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우선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출범할 상설특검이나 특별감찰관제가 검찰의 특별수사와 상충되지 않도록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수부를 이끌어 온 ‘특별수사통’에게 중수부 폐지를 맡겼을 때 ‘제2의 중수부 부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공안 및 기획업무에 정통한 오 검사장이 적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