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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신침 놓는 비구니? 알고보니 돌팔이 침쟁이

입력 | 2013-04-10 03:00:00

가짜자격증 걸고 2억 챙긴 50대 구속




2008년 “서울 강남에 신 내림을 받은 여자 스님이 신침(神鍼)을 놓는데, 암뿐 아니라 못 고치는 병이 없다”는 소문이 돌았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다세대주택에 위치한 스님 변모 씨(52·여)의 침술원에는 간판은 없었지만 내부에 중국 베이징대 침구학과 졸업장과 세계침술사 자격증이 걸려 있었다.

변 씨는 중국 명문대에서 침을 배웠다는 이유로 더욱 인기가 높았지만 시술법은 기괴했다. 환자가 찾아오면 증상과 관계없이 침으로 척추 부위 생살을 뜯어내고 그곳에 긴 침을 수십 대씩 놓았다. 피부조직이 검게 변해도 “노폐물이 쏟아져 나온다. 곧 피부세포가 다시 살아난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임모 씨(47·여)도 목과 어깨 통증을 치료하려고 일주일에 두 번씩 침술원을 찾았다가 1월 8일 치료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두 달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임 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3일 침술원에 들이닥쳤을 때 변 씨를 맹신한 환자들이 막아서기도 했다.

강남경찰서는 불법 시술을 해온 변 씨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변 씨는 최근까지 하루 평균 10여 명으로부터 3만∼5만 원씩 받아 2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변 씨의 중국 출국 기록은 고작 4일뿐이었고, 대학 졸업장과 자격증 모두 가짜였다. 베이징대에는 침구학과가 없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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