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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위협 커지자… 노원병 세대대결 양상으로

입력 | 2013-04-10 03:00:00

■ 4·24 재보선 바닥 민심 르포




아파트 상가 돌고…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9일 상계동의 한 아파트 상가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선거사무소 열고…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오른쪽)와 부인 강경애 씨가 9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4·24 재·보궐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서울 노원병 선거구는 안철수 후보가 출마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달 초까지의 여론 조사 결과들은 안 후보의 낙승을 전망했지만 최근 들어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와의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7일부터 9일까지 현장에서 100여 명의 유권자를 면접해 바닥 민심을 들어 봤다.

취재팀이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대체로 안 후보의 승리를 점치면서도 의외로 쉽지 않은 승부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많이 내놨다. 당초 싱거운 게임이 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북한의 전쟁 위협 수위가 갈수록 올라가면서 안보위기 의식을 느낀 50대 이상 유권자가 여당 후보 쪽으로 결집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것. 미디어리서치의 1일과 3일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각각 15%포인트, 20%포인트의 큰 차로 앞섰지만 4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는 40.3% 대 38.3%로 격차가 좁아졌다.

젊은층에서는 ‘안철수 식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큰 분위기다. 9일 만난 주부 박모 씨(38)는 “재래시장을 자주 찾는 안 후보가 시민과 사진도 찍고 친근한 모습을 보여 호감이 간다. 당선되면 서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펼 것 같다”고 기대했다. 만화가 김모 씨(27)는 “새 정치를 할 사람 아니냐. 연고가 없는 곳에 출마했지만 안철수니까 용인이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지역 선거가 아니라 전국 선거다. 노원에서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게 새 정치를 시작하는 길이라는 안 후보의 주장이 유권자의 피부에 와 닿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오후 5시 반경 안 후보가 상계동 선거캠프 개소식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섰을 때는 지나가던 20, 30대 20여 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안 후보와 악수를 하고 사진도 찍으며 승리를 기원했다. 주부 한모 씨(32)는 “민생을 살리기 위해 기존 정치인과 다른 접근을 할 것 같다”며 “노원에서 당선돼 확고한 대선후보로서의 입지를 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년층 중에는 안보 위기감을 토로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속옷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 씨(57·여)는 “북한하고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 후보를 밀어야지…”라고 말했다. 상계중앙시장 상인 우모 씨(52)는 “북한 때문에 이 난리인데… 젊은 세대는 안 후보를 지지한다지만 우리 세대에겐 갑자기 등장한 사람 아니냐. 당도 없고 잘 안되면 또 미국으로 뜨겠지”라고 했다. 상계중앙시장에서 순두붓집을 운영하는 양모 씨(62)는 “안 후보가 시장을 방문했을 때 한 시민이 ‘여기가 무슨 철새 도래지인 줄 아느냐’며 호통을 쳐 안 후보가 예정보다 일찍 시장을 떠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철물점 사장 송모 씨(60)는 “뉴타운이 걸려 있는 이곳에서 허 후보가 지역 현안을 해결해 주겠다며 유세를 다니는 것을 보며 허 후보로 마음이 기울었다. 의석을 많이 가진 새누리당 후보니깐 정책 집행에 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안 후보 캠프도 최근 분위기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쉬운 선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을 돌아다녀 보니 분위기가 녹록지 않다”고 했다. 허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적극적 투표층인 40대 후반에서 70대의 절반 이상이 허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여전히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부인인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에 대한 지지표로 연결될지는 불투명해 보였다. 컴퓨터 수리업체 직원 박모 씨(38)는 “노 전 의원만 아니었으면 안 후보를 지지했을 텐데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한 분의 부인이 출마해 고민된다”고 했다. 대학원생 김모 씨(27)는 “노 전 의원은 공익을 위해 일하다 의원직을 빼앗긴 만큼 김지선 후보에게 마음이 간다”면서도 “사표(死票)가 될 수 있어 여론조사 추이에 따라 안 후보를 찍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 소상공인위원회 관계자는 “노원구에서 오래 생활한 노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안타까워하는 여론이 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세대별 투표율이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장년층 투표율이 매우 높게 나오고 젊은층 투표율이 낮아질 경우 박빙 승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학생 황모 씨(26)는 “언론에서는 관심 있는지 몰라도 선거 분위기는 그다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준일·김호경·최지연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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