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국중 25國 수교… 평양 공관도 7곳北 거부감 덜해 속수무책인 美-中 대타로
정부가 유럽연합(EU)을 ‘대북 메신저’로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9일 “북한이 미국과 중국의 말조차 듣지 않는 상황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북한과 수교한 EU를 새로운 대북 채널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EU가 북한과 접촉할 기회에 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EU를 통해 북한에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끝 모를 ‘벼랑 끝 전술’로 대화 통로가 꽉 막혀 있는 데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들도 거의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EU를 현 상황 타개를 위한 ‘구원투수’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EU를 통해 북한에 태도 변화를 촉구하면서 ‘북한이 일정 기간 도발하지 않으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미국보다 EU 말을 비교적 잘 듣는다”며 “북한 인권 문제도 미국보다 EU가 제기하면 북한의 저항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EU와 회원국들은 주요 인사의 방북이나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도 비교적 잦은 편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8일 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외교장관)와 통화를 하고 한-EU 간 대북정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애슈턴 대표는 “대북정책에서 한국과 함께 연대할 것이고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분명한 대북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말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밝혔다. 윤 장관은 애슈턴 대표에게 “EU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여론 조성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