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123개 기업 정상화 호소
개성 번호판 언제 다시…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된 가운데 9일 개성공단에서 남한으로 돌아온 차량 안에 생산제품이 가득 들어 있다. 사진 아랫부분에 보이는 북한의 자동차 임시번호판이 눈에 띈다. 저 번호판은 개성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파주=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날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귀환한 개성공단 입주 기업 직원들은 “할 말이 없다”며 굳게 입을 닫은 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AP통신 로이터통신 NHK 신화통신 등 외신을 포함한 국내외 취재진 250여 명이 몰려들면서 CIQ는 북새통을 이뤘지만 근로자들은 “괜히 말 잘못하면 큰일난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 한숨의 개성공단, 침묵의 귀환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CIQ도 개점휴업 상태다.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북한 근로자들을 위해 평소 오전 8시 전후 제공하던 통근버스도 이날은 운영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자를 실고 온 물류차량의 수는 전날에 비해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 CIQ의 한 관계자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보다 ‘역시나’ 하는 절망감이 점점 커져간다는 정황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10대 남짓의 차량만이 CIQ 주차장에서 대기했지만 그마저도 ‘개성공단행 불가’란 방침이 거듭 확인되자 이내 발길을 돌렸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이미 북한이 통행금지 조치를 밝힌 3일부터 경영에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원자재가 소진돼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만들어 놓은 완제품도 가져오지 못해 납품 계약이 취소됐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섬유기업 72곳 중 영세 업체는 모든 설비를 개성공단에 두고 있는 곳이 많아 개성공단이 막히면 곧바로 도산하게 된다. 섬유업체 C사 사장은 “가을·겨울 상품 주문을 지금 받지 못하면 나중에 통행이 재개되더라도 소용이 없다”고 토로했다.
○ 최소의 인원으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1∼3명의 인원만을 남겨두는 등 현지 체류인원을 최소화하며 시설 몰수 같은 최악의 사태에 대한 대비에 들어갔다. 이날 하루에만 총 71명(한국인 69명, 중국인 2명)의 근로자가 남측으로 돌아왔다. 10일 0시 기준 개성공단 잔류 인원은 408명(한국인 406명, 중국인 2명)이다. 귀환하는 직원들을 CIQ에서 맞이하던 입주 기업 관계자들은 ‘북한이 공장 문을 자물쇠로 채우고 잠금장치를 해 직접 관리에 들어갔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직원들이 돌아오자 공장 상황 등을 물어보며 사태 파악에 나선 것이다. 이날 돌아온 한 직원은 “아직까지 공장에 북한 당국이 어떤 조치를 취한 것은 없다”면서도 “다른 공장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다. 시시각각 상황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9일 “개성공단을 총괄하는 북한 중앙개발지도총국장을 만나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길 희망한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대표단을 파견하게 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4년 개성공단에 입주한 에스제이테크의 대표인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중환자다. 지금 병원(북한)과 보호자(남한)가 치료비를 환자한테 묻고(떠밀고) 있는 상황인데 너무 가혹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남측 근로자 철수 계획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남북 경제협력을 주도했던 현대아산은 3일부터 운영하던 상황실을 9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확대했다. 김종학 현대아산 사장은 “개성공업지구를 처음 시작하고,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개성공업지구를 끝까지 지키고 정상화하는 일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파주=손영일·강유현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