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복원 작업 중인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사원. 현장 조사에서 이뤄진 3D 광학스캐너 작업을 통해 수천만 개의 점군 데이터(point clouds)로 사원의 모습을 1차 디지털화한 장면. 유라시아디지털문화유산연구소·㈜위프코 제공
▶본보 2008년 4월 9일 A23면
세계문화유산 베트남 황성터, 한국 디지털기술로 영상 복원
보로부두르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 로고
8세기 초반 사일렌드라 왕국이 자바 섬 욕야카르타 북쪽에 세운 보로부두르 사원(산스크리트어로 ‘언덕 위의 승방’)은 한 면이 약 123m에 이르는 정방형 9층 사원. 총 100만여 개 돌을 탑처럼 쌓아올려 높이도 34.5m가 넘는다. 층마다 불교세계를 표현한 부조들이 새겨져 있는데, 모두 2440여 개로 한 줄로 세우면 4.4km가량이다. 832년 왕국 멸망과 함께 잊혀졌다가 1814년 이 지역을 점령한 영국의 토머스 래플스 총독에 의해 발굴돼 1991년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랐다.
실제 사원은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다양한 탑과 부조가 복잡하게 배치돼 고난도의 실측 작업을 요구한다. 유라시아디지털문화유산연구소·㈜위프코 제공
더 중요한 작업은 원형 복원이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인근에 있는 므라피 화산의 폭발로 1000년 넘게 화산재에 묻혀 있었다. 이로 인해 스투파(인도식 탑)를 장식했던 금은박이나 부조마다 형형색색 칠해 넣은 안료가 모두 사라졌다. 전체 형태 역시 변형이 심각하다. 박 소장은 “철저하게 옛 사료를 바탕으로 지금의 암회색이 아닌 찬란하고 화려한 사원의 원래 모습을 디지털로 복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8일부터 프랑스 칸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TV프로그램마켓에 1차 작업한 3D필름 트레일러(홍보 영상)를 공개했다. 보로부두르 사원을 디지털 복원하는 작업 자체가 처음인지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3D 그래픽 박람회인 ‘코리아 그래픽스 월드 2013’에서도 이번 프로젝트를 발표한다.
박 소장은 KAIST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2006년 앙코르와트 사원과 2008년 후에 황성을 3D영상으로 복원하는 사업을 주도했던 디지털 문화재 복원 전문가. 특히 베트남전쟁을 겪으며 거의 폐허가 됐던 후에 황성을 복원한 디지털 영상은 황성 내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되며 관광객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