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해외법인 설립 어려워 의료법 고쳐 영리투자 허용해야”
개인병원이 연대한 정도로는 자금력이 달렸다. 설상가상으로 비슷한 시기에 싱가포르의 최대 의료법인 ‘파크웨이’가 상하이에 진출했다. 파크웨이는 수백억 원을 들이는 적극적인 마케팅, 현지 병원과의 인수합병(M&A)으로 치고 나갔다. 예치과는 별다른 소득 없이 2010년 상하이에서 철수했다.
국내 병원이 우수한 의료진을 앞세워 해외 진출을 모색하지만 넘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대형 병원은 국내법 때문에 해외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다.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제도 역시 부족하다. 이런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의료를 한국의 신(新)성장동력으로 키우려면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원인은 비영리법인인 한국의 대형 의료기관이 해외법인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의료법인은 현지에 투자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울 수 없다. 의료 행위 외에 장례식장, 부설 주차장, 병원 내 음식점 등 일부 부대사업만 가능하다. 해외 진출이 개인병원 위주인 이유다.
의료계는 ‘병원 수출’을 위해 의료법을 고치거나 특별법을 만들어 주기를 요구한다. 홍민철 한국의료수출협회 사무총장은 “자금력이 없는 개인 의원을 빼면 합법적으로 해외 병원에 투자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 비영리 의료기관이 영리법인에 투자하도록 해야 우수한 자원을 가진 대형 병원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병원 수출을 적극 돕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법 개정 여부는 공청회를 통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병원의 경쟁력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해외에서 다른 나라의 대형 병원과 경쟁해 수익을 내려면 의료기술뿐 아니라 마케팅 기술이 뛰어나야 하고 부동산 등 부대사업에 함께 투자해야 한다. 한국의 대형 병원은 이런 부분에 대한 인력이나 노하우가 부족하다. 상하이 예치과 사업에 참여했던 의료인은 “해외에 나가 진찰, 수술만 잘하면 환자가 온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자금 조달이나 현지 마케팅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국가와의 의료진 교류 확대, 한국 의료시스템 전수 등 체계적인 지원 역시 필요하다. 일본 같은 선진국은 정부가 나서서 후진국 의료진을 데려다 교육한 뒤 돌려보낸다. 이들이 나중에는 일본 의료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병원 경영컨설팅, 병원시스템 수출을 포함하는 ‘종합 패키지’를 정부가 지원해야 병원 수출이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