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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그가 없인 나도 없다” 2003년 남편 잃은 뒤 병세 악화

입력 | 2013-04-10 03:00:00

■ 대처, 말년에 뇌중풍-치매 고생
1990년대 말부터 건강이상설 돌아 매일 남편 환영 시달리며 넋두리도




지난달 20일 영국 미러지는 런던의 한 공원 벤치에 가정부와 함께 앉아 있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사진을 실었다. 8일 사망한 대처 전 총리가 대중 매체에 등장한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대처 전 총리의 건강 이상설이 나온 것은 1990년대 말부터였다. 청력이 떨어져 토론회에서 중언부언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

그가 2001년 8월 신혼여행지였던 포르투갈 마데이라 섬에서 남편과 휴가를 보내던 중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철의 여인’ 대처 전 총리는 병마와 싸우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치매 증상까지 겹쳤다. 이때부터 의사의 권고로 예정된 연설을 모두 취소하는 등 사실상 모든 공식 일정을 접었다.

2003년 6월 52년간 함께한 남편 데니스 대처가 숨진 뒤 그의 건강은 크게 악화됐다. 가난한 식료품집 둘째 딸이었지만 귀족 출신이었던 남편의 정신적 재정적 지원이 없었다면 대처는 정치인으로서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처는 “그 없인 지금의 나도 없다”고 말하곤 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때문에 그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큰 충격과 공허함을 느꼈는지는 미국 여배우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 ‘철의 여인’(2012년 개봉)에서 잘 그려졌다. 말년의 대처는 거의 매일 남편의 환영에 시달리며 이미 세상을 떠난 남편과 대화하고 식탁에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그의 딸 캐럴은 2008년 회고록에서 “치매에 남편에 대한 그리움까지 겹쳐 어머니는 종종 아버지가 숨졌다는 사실을 잊었다”고 적었다.

말년의 대처는 런던 남쪽 고급 주택가인 벨그레이비아에 위치한 4층짜리 집에서 살았다. 가정부 2명과 경호원 몇 명만이 그의 곁을 지켰다. 클래식 음악을 듣고 신문을 읽는 조용한 일상이 이어졌다. 이따금 총리 시절 스타일리스트 신시아 크로퍼드, 언론 담당 수석비서 버나드 잉엄, 에너지 장관의 부인 앨리슨 워크햄, 외교정책 자문 로드 파웰, 개인비서 마크 워싱턴 등 옛 친구들이 그를 찾았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비대해진 방광 수술을 받은 뒤에는 런던 시내 중심의 리츠 호텔에 머물다 이곳에서 사망했다. 호텔 측은 8일 ‘최고의 VIP 투숙객’이 고인이 되어 떠나자 뒷문에 조기를 걸어 애도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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