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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선 꼼짝 마” 선박들 철옹성으로 변신

입력 | 2013-04-10 03:00:00

국내 조선사들 ‘바다의 폭군’ 퇴치시스템 도입 붐




대우조선해양이 현재 건조 중인 원유운반선에 장착한 음향대포. 엄청난 크기의 인공 소음을 일으켜 해적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는 기능을 한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선박이 선원의 생명을 지키는 요새처럼 진화하고 있다. 망망대해에서 예기치 못한 해적의 습격을 막을 수 있도록 첨단 방어시스템을 갖춘 선박도 개발됐다.

대우조선해양은 2년간 개발과 테스트 과정을 거쳐 해적을 막는 ‘지능형 해적 방어시스템’을 개발해 선박에 적용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레이더 신호를 이용해 멀리 떨어진 의심 물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해적인지를 자동으로 판가름한다. 해적선으로 의심되는 배가 반경 2km까지 접근하면 고출력 스피커로 접근 금지 경고방송을 하는 한편 선원들은 해적 침투에 대비해 경계 근무를 서게 한다.

경고방송에도 의심 선박이 계속 접근하면 물대포, 음향대포, 레이저 등이 작동된다. 음향대포는 엄청난 크기의 소음을 만들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비다. 레이저는 시야를 막을 정도의 강렬한 빛을 쏜다. 이 장비들은 자동제어 시스템으로 작동되므로 선원들은 피난처로 대피해 안전한 공간에서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건조 중인 쿠웨이트 국영 선사가 발주한 원유운반선과 석유제품운반선 등 5척에 이 시스템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도 해적선을 판별하고 퇴치할 수 있는 ‘해적 퇴치 종합시스템’을 개발했다. 선박으로부터 10km 이내에 있는 배들의 거리와 속도, 이동 방향을 분석해 해적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가려낼 수 있다.

선박 안에 선원을 보호하기 위한 ‘비밀 공간’을 갖춘 선박들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실을 연결하는 통행로에 외부인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비상시에 조타실을 차단해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요새형 선실 통행로’를 고안했다. 현대중공업은 해적에 선박이 나포될 경우 선원들이 인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타델(citadel) 시스템’을 개발했다. 해적이 침투하면 선원은 갑판 밑에 위치한 은신처로 이동해 일정 기간 생활할 수 있다. 은신처는 외부와의 통신이 가능하고 두꺼운 이중문으로 차단돼 있다. 이 이중문을 2, 3개 통과해야만 은신처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해적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