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여고 1·2·3학년 같은 반-같은 번호 학생끼리 자매결연
충남여고 3학년 김소영, 2학년 서보인, 1학년 김서현 양(왼쪽부터)이 8일 자매가 된 뒤 교정에서 편지와 선물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 학생은 앞으로 세 자매로서 서로 도우며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난 3학년 8반 7번 김소영이란다. 언니는 3년 동안 무단 지각이 많아 생활기록부가 안 좋아. 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려울 땐 언제든지 찾아와.”
8일 오후 3시 반 대전 중구 선화로 충남여고 대운동장. 전교생 1736명이 모여 마치 ‘이산가족 상봉’을 연상케 하는 만남의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1, 2, 3학년 같은 반, 같은 번호 학생들이 자매가 되는 ‘세 자매 한마음 결연 상견례’다.
행사 이후 긍정적 효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핵가족 시대에 언니, 여동생이 없는 학생들에게 의자매가 생겼다. 학교폭력은 찾아볼 수 없고 고교생활 설계에도 서로 도움을 주게 됐다. 교복, 체육복, 참고서 물려주기는 일상이다.
학교 측은 먼저 학생들에게 자신과 자매를 맺게 될 상대 명단을 알려 줘 편지를 쓰도록 했다. 이날이 바로 편지를 교환하고 상견례를 하는 날이다.
상견례에 앞서 동생 대표의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 언니 대표의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가 낭독되자 운동장은 ‘까르르’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이어 상견례 시간.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미리 편지를 읽은 터라 살갑다. 참고서와 문방구, 과자, 음료수 등을 서로 선물로 주고받으며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1학년 9반 이지은 양은 “오빠밖에 없어 언니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며 “언니 도움을 많이 받고 내년에는 후배에게 사랑을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9회(1979년) 졸업생인 박양서 교무부장(53)은 “재학 중에 이런 행사가 있었다면 당시 고교생활이 더욱 즐거웠을 것”이라고 했다. 교정에는 이 학교만의 전통인 세 자매 결연을 상징하는 우애상(友愛像)도 세워져 있다. 학교 측은 내년 행사에는 졸업 후에도 만남을 이어 가는 ‘선배 세 자매’를 초청할 계획이다.
이선영 교장은 “최근 몇 년 동안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 상정된 심의건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세 자매 결연 전통이 폭력 없는 학교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