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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동서남북/이권효]대구경북연구원장 논란, 사실 확인이 우선이다

입력 | 2013-04-11 03:00:00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21일로 임기가 끝나는 이성근 대구경북연구원장(62·영남대 지역및복지행정학과 교수)을 둘러싸고 도덕성과 경영능력에 관한 논란(본보 3월 28일자 A15면 참조)이 일고 있다. 이 논란에서 지켜야 할 가치는 ‘사실’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다.

이는 원장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다. 대구 경북을 대표하는 공공정책 연구기관으로서의 명예와 가치, 연구원을 설립한 대구시와 경북도의 책임 있는 자세를 위해 그렇다.

그런데 연구원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대구시와 경북도는 어정쩡한 태도로 “그냥 조용했으면…”식으로 눈을 감고 있다. 그동안 이 원장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다가 최근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집회를 열고 연임을 반대하자 예정됐던 이사회도 미루면서 눈치만 보고 있는 모습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 원장에게 제기된 문제가 어떤 성격인지, 사실 관계는 무엇인지부터 조사할 필요가 있다. 연구원 노조가 주장하는 원장의 ‘문제’는 어렵지 않게 밝힐 수 있는 내용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해 인원이 90여 명이어서 노조원과 비노조원, 연구원 측의 주장을 파악해 비교하면 된다.

제기된 주장 가운데 “원장이 연구원들의 연구를 수십 건 가로채 개인 연구실적으로 삼았다”는 문제는 원장의 자질과 도덕성 측면에서 특히 중요하다. 취재 결과 이 원장은 2011년 7월 부임 이후 학술지에 논문을 16건 게재했다. 이 가운데 12건은 한국도시행정학회 등 일반 학회 활동에 따른 연구였다. 대구경북연구원 논문집에는 4건이 실렸다. 이 원장과 함께 논문을 작성한 연구원은 “공동 논문은 집필량이 중요하지 않다. 원장처럼 연구방향과 주요 아이디어를 내면 공동저자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2011년 말 성과급으로 2600만 원을 받았다가 지난해 6월 2000만 원을 반납한 적이 있었다. 부당하게 받았다가 돌려준 것처럼 알려졌지만 부임 후 6개월 치 성과급으로는 맞지 않다며 연구원 발전기금으로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경찰청은 2011년 일부 연구위원들의 해외출장이나 용역 수주 과정에서 비리를 포착하고 지금까지 수사를 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연구원은 용역과제 관리, 출장 및 연수, 법인카드 사용, 인쇄업체 선정 등 업무전반의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연구과제 수행에 따른 수입은 2011년 13억 원에서 지난해는 23억 원으로 많아졌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금부터라도 ‘사실’을 확인해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게 대구경북연구원의 신뢰와 미래를 위한 정도(正道)이다.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