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주식-채권만 하나요?… 환율베팅상품 쏟아진다
환율을 이용한 투자로 돈을 번 이들이 헤지펀드만은 아니다. 평소 재테크에 관심이 많고 국제 경제 뉴스를 챙겨 보는 한국의 일반 투자자 중에서도 엔화 약세에 베팅해 수익을 낸 이들이 있다.
○ 환율, 투자 상품으로 변신
주로 수출기업들이 경제 상황 급변에 대비하기 위해 활용하던 환율이 대중적인 투자 대상으로 거듭나고 있다. 요새 환율 상품은 일반 투자자에게 어느 정도 익숙한 상장지수펀드(ETF)나 파생결합증권(DLS)의 형태로 등장해 심리적 거리감이 좁아졌다. 투자 비용은 최소 100만 원, 만기 1년으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환율이 투자 자산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배경은 저금리·저성장 기조에 있다. 한국보다 저금리 시대를 빨리 맞이한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는 이미 환율이 널리 알려진 투자 대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들어 중국 위안화 절상에 베팅하는 DLS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 해소 욕구, 중국의 내수 진작 노력이 위안화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최운혁(가명·42) 씨는 지난달 우리투자증권 ‘DLS 1216호’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 이 상품은 가입 1년 후 달러 대비 역외 위안화 환율이 최초 기준가격보다 낮을 경우(평가절상) 연 7.0% 수익을 지급한다. 위안화 강세를 예상하는 최 씨는 내년 4월 초 세전 70만 원, 세후 59만2200원(15.4% 소득세)의 이익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방향성 예측 어려워 신중히 투자해야
대부분의 투자 상품이 그렇지만 환율에 투자하는 상품은 특히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 환율은 2개 국가, 3개 국가의 경제사정과 맞물려 영향을 받는 데다 때로는 정치적 변수에 따라 움직이기도 한다.
환율은 언제든지 방향성이 바뀔 수 있고, 이 경우 손해를 본다는 점을 알고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11년 브라질 채권에 투자한 사람은 손해를 봤다. 예상외로 원화 대비 헤알화 환율이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박유현(가명·52) 씨는 ‘브라질 채권 투자가 인기’라는 말만 듣고 2011년 6월 1억 원을 투자했다. 원-헤알 환율이 555.82원으로 떨어지면서 평가금액이 8630만 원으로 떨어졌다. 지금까지 받았던 이자 1740만 원을 합해도 6%의 토빈세를 내고 나면 수익률이 ―2% 수준에 불과하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